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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Mar 09. 2024

경험주의, 합리주의


  근대 인식론은 크게 경험주의와 합리주의로 나뉘었는데 간단히 말해 경험주의는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을 지식이라 여겼고, 합리주의는 인간의 선천적인 이성적 능력을 통해 얻은 것을 지식으로 받아들였다. 합리주의에선 지식을 보편타당하고 불변한 진리로 보았기에 경험에 근거한 지식은 불완전하게 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귀납적 방법은 관찰되지 않았던 변수가 발견됨으로써 기존에 정립된 지식의 논리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주의와 합리주의의 대립은 어쩔 수 없었지만 과연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잘 섞을 수는 없는 걸까. 경험주의가 지니는 논리적 결함과 합리주의가 지니는 경험과 감각의 결여를 서로 보충할 수는 없는 걸까. 칸트는 감성과 오성으로 이에 대한 대안을 주창했다. 감각적으로 외부 자극을 받아들인 후 이를 직관으로 바꾸는 능력인 감성, 그리고 이에 대해 이성으로 사유하는 능력인 오성을 통해 지식이 완결된다고 보았다. 즉, 경험주의와 합리주의가 서로를 보완하며 새로운 인식 체계가 정립된 것이다.


  실제 우리가 어떠한 지식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반추해 보면 위의 방식과 상당히 흡사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결국 경험이다. 보고 듣고 느끼고, 냄새를 맡고 맛을 느끼는 모든 감각적 경험을 통해 외부의 정보들이 안으로 들어오고 그 정보들에 대해 '생각'한다. 다시 말해, 외부로부터 들어온 수많은 정보들에 대해 사유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리는데 이 결론들이 축적되어 지식을 보완하게 되고, 새로운 지식을 형성하는 근거가 된다.


  지식. 즉, 앎이란 결국 인풋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수많은 외부 자극이 들어와야 생각하고 고민하고 아웃풋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1차적으로는 경험주의자가 되어 세상을 경험하고 온갖 감정들을 겪으면서 다양한 인풋을 쌓아야 한다. 그 인풋들이 모여 결국 단단함을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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