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엄마야."
걸음이 느려졌다.
그리고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딸과 연락하는 채팅방이었다.
'엄마'
'엄마'
'미안해'
.
.
.
나는 읽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정말 온갖 걱정을 했던 것도 잠시 딸이 연락 온것을 보고, 안심하는 반면
꽤심해져서 연락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참 유치하고, 속이 좁다.
카톡은 더이상 없었다. 다시 걱정이 됐다. 나도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 보다.
휴대폰을 꺼내 보니, 위치 추적 앱이 반짝였다.
거기에는 익숙한 아이콘 하나가… 나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쟤… 날 쫓아오고 있네?’
'똑똑한데....'
한편으론 웃겼다. 나도 시간이 조금 흐르면서 마음이 조금 진정된 상태였다.
불과 20분 전까지만 해도 “엄마는 최악”이라더니,
지금은 전력질주 중이었다.
내가 있는 공원 근처에 있는 편의점을 지나 카페, 안경점까지 지나는 모습을 앱으로 확인했다. 걱정도 잠시 한편으론 더 찾아봐라 라는 심보로 멈추지 않고 조금 더 멀리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가도 이내 마음이 약해져서 멈춰서 공원에 위치한 벤치에 앉았다.
화면 속 점이 점점 내 위치에 가까워졌다.
마치 영화 속 추격 장면처럼,
거리 숫자가 500m, 300m, 100m… 줄어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멀리서 보였다.
나는 딸을 봤지만 못본척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치는척 연기했다. 때론 한숨도 쉬면서 고개도 저었다.
딸은 내가 보이자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이랑 신발을 ‘휙’ 던져놓고 양말을 신은 채로 나에게 전력질주해서 달려왔다. 오버스러운 몸짓과 행동으로 ‘엄마 정말 미안해'를 표현하고 있는 듯 했다. 딸 '연기해도 되겠다.' 라는.생각을 잠시했다.
숨이 차서 볼이 벌겋게 달아올랐있고, 눈은 눈물을 흘려 촉촉했다. 거실에 드러누웠던 티라노사우르스는 사라진듯한 눈빛이였다.
“엄마… 미안해.”
나는 가만히 섰다. 아까 들었던 그 “최악”이란 말이 머릿속에서 다시 맴돌았지만, 지금 눈앞의 딸은 그때와 전혀 다른 딸이었다.
“엄마는… 최악의 엄마가 아니라 최고의 엄마야. 진짜 진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아까는 정말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
그 순간, 좀 전의 상처가 눈 녹듯 사라졌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가, 이번엔 따뜻하게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조금 더 화가났지만, 딸의 오버스러운 액션으로 기분이 풀렸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그 말… 다시 한 번만 해줄래? 녹음 좀 하게.”
딸은 웃으며 내 팔을 꽉 잡았다.
"오버액션 그만 두고 가방하고 신발이나 챙겨와."
스펙타클한 추격전이 끝이났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 일 없었던 듯, 가방과 신발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갔다.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기억 저편으로 없어지겠지?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추격전까지 한 것을 생각하니, 낮에 있던 노부부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앞으로도 또 이런일이 일어나겠지?
하지만 그 안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걸 안다.
아마 내일도, 모레도 이런 일은 또 있을 거다.
그렇지만 괜찮다. 우리니깐.
부딪히고, 토라지고, 화해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그게 우리 모녀의 방식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