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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찬휘 Mar 15. 2023

이글루스가 정말로 끝나는군요.


이글루스라는 블로그 서비스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 분양형 블로그 서비스로, 홈페이지보다 관리하기 쉬운 거처를 찾던 이들이 모여 매우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던 곳입니다. 특히 만화와 애니메이션 오덕층이 많이 모여 취향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교류가 있었고, 이글루스양 같은 캐릭터가 이용자층 사이에서 생성되기도 했었습니다.


이글루스를 독특하게 만든 것 가운데 하나는 밸리와 이오공감이라는 서비스였습니다. 블로그는 명칭부터가 개인적인 웹 기록장입니다. weB에 LOG가 붙은 말이죠. 그 개인을 다수로 만드는 게 밸리였고, 또 운영진에게서 좋은 글을 소개 받을 수 있었던 이오공감이었습니다. 오손도손했죠. 네이버에도 시스템은 마련돼 있습니다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서는 나오기 어려운 분위기란 게 있죠. 그때를 낭만적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있는 까닭은, 어쩌면 그런 가족같은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그 분위기를 박살내놓은 이들이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숱한 사람들이 백범 김구 선생 사진을 보면 움찔하게 된 까닭이기도 하죠. 의미를 훼손하는데 눙했던 이들 일베 프로토타입들은 이윽고 시간을 무기로 삼은 드잡이로 사람들을 과롭혔습니다. 정치적 견해차가 문제였을까 사람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둘 다였을까. 분명한 건 이들의 방식은 훗날 폭식투쟁을 비롯한 일베류의 폭력을 일찍이 보여주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일정 부분 마이너리티로서의 정체성이 있었던 이글루스가 과연 이후에도 생존할 수 있었을까로 보자면 의문입니다. 네이버가 범용성 높은 대중적 블로그 서비스를 연 시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글루스가 무너진 건 순도 높은 자발적 참여 및 창조성 높은 이들의 집합체에 가까웠단 전제 자체가 흔들렸기 때문이 큽니다. 글 한 편 올리면 24시간 내내 키보드 배틀을 할 자세가 충만한 멍청이들에게서 조롱 받을 걸 각오해야 하는 곳에서 글을 참 쓰고 싶겠습니다.


그렇게 무너진 분위기를 되살리지 못하고, SK로 갔다가, 줌인터넷으로 갔다가... 이제 아주 갈 모양입니다.


아쉬움조차 없습니다. 그만큼 개들이 많았습니다. 일베가 어디서 왔냐 할 때 디씨인사이드를 말하지만 이글루스 뉴스밸리도 빼놓으면 안 됩니다. 이렇게 모욕적으로 공간을 훼손당하고 조롱 당하는 경험을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반복 경험한 채로 20년이 흘렀습니다. 남아 있는 분노도 없습니다. 이미 개판이니까요.


그러나 하나. 그때의 개새끼들이 지금 대체 어떤 낯짝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만큼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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