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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선 Oct 16. 2021

첫번째 중국 여행 6일/9일 (두장옌)

* 작성일 : 2017년 6월 14일



 오늘은 두장옌에 가는 날. 기차를 타고 30분 동안 가면 된단다. 정말이지, 온갖 교통 수단을 다 타보게 되어 너무 신났다! :)







 청두 기차역. Q가 여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위험하다고 특별히 더 조심해야한다고 말해주었다.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스크린에 나오는 비디오를 봤는데, 소지 금지 물품 중에 긴 칼이 있길래 의아해했더니 소수민족 중에 그러는 사람이 있다나? 지하철에서도 기차역에서도 꼼꼼하게 엑스레이 짐 검사를 하는 데 수긍이 갔다. 이런 절차가 번거롭기는 하지만, 도처에서 테러가 빈발하는 요즈음엔 기꺼이 감수할 만한 불편이다. 







 硬座(딱딱한 좌석), 软座(푹신한 좌석) ! 교과서에서 배웠던 단어가 인쇄된 기차표를 손에 올려두고. :)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각양각색의 사람들. Q가 각별히 조심을 시켰다.










 Q가 왼쪽 기차는 사회주의 기차, 오른쪽 기차는 자본주의 기차라며 웃었다. 왼쪽 기차 색깔이 어쩐지 클래식한 멋이 있어 더 예쁜 것 같다고 했더니 기차 안에는 다 시골 사람들 뿐이라고 했다. 그들이 싸온 온갖 음식 냄새가 진동하고, 내부도 지저분하다고. 가격은 3위안 밖에 안 한단다. 반면, 오른쪽 기차는 가격도 그의 5배인 15위안인데다 훨씬 빠르고 쾌적하다고 했다. 내가 탄 기차는 오른쪽 기차였는데 우리나라 새마을호 무궁화호 같은 느낌이었다. 좌석 간격도 굉장히 넓고 편안했다. 


 기차 창문 너머로 지나가는, 공사 중인 건물들을 보면서 Q와 함께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 그리고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Q는 나더러 "너 아이야? 빨리 어른이 돼요!"라며 내 생각이 순진하다고 비웃어댔다. 현실적인 관점에서는 Q의 말이 틀린 구석 하나 없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싶지가 않았다.




 두장옌은 확실히 청두보다 훨씬 더 시골이었다. 기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도착한 호텔 - 







 판다 호텔이라니 - ! 







 로비. 판다가 벽에도 매달려있다.







 흐잉, 방에도 - !







 내 방문을 열고 나가면 보이는 풍경. 소소하게 아기자기한 장식들이 기분 좋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데스크 직원들도 더할 나위없이 친절했다. 


 호텔에 묵던 중에 방 카드를 잃어버렸었는데, Q가 같이 가줄까? 하더니 그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지? 하길래 응! 했었다. 방 카드를 잃어버렸고,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니까 스페어 카드를 주면서 이걸로 일단 쓰되 만일 정말로 잃어버린 거면 체크아웃할 때 XX위안을 내야 한단다. 직원은 카드를 잃어버린 데다 변상금을 내야할지도 모르는데 연신 싱글벙글하는 날 보고 의아해했지만, 나는 이런 대화를 나 혼자 스스로 중국인과 중국어로 나누고 있다는 게 너무 꿈만 같아서 그저 날아갈 듯이 기쁘기만 했다! ㅡ다행히 방 카드는 방 안에 잘 있었다.ㅡ 




 자, 그럼 이제 칭청산으로 가보자! Q가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가자고 했다. 







버스 내부는 우리나라와 별다를 게 없었지만, 이 버스엔 독특하게도 하차 벨이 없었고 버스는 모든 정류장마다에 잠시 섰다가 다시 출발했다. 창 밖 풍경은 또 새로웠다. 여러 간판들을 보면서 중국어 공부도 했다. 二手车는 중고차라는 뜻인데, 영어 second-handed car랑 완전히 똑같다! 신기해라.







 아직 산이 아니다... 산으로 가는 길... 어마어마한 높이의 나무가 길을 따라 즐비하게 서 있다. 양옆으론 짙푸른 녹음. 공기가 어찌나 맑고 싱그러운지 몰랐다. 크고 번쩍이는 건물들이 늘어선, 우리 회사도 그 중 하나로 서 있는 디지털미디어시티의 풍경과는 완전히 대척점을 이루는 그런 풍경이었다. 휴가를 왔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나 신이 났다.  




 산에 가면 먹을 게 변변치 않을 것 같아 식당엘 들러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토실토실하고 자유로운 닭. 닭고기 요리를 시키려고 했더니 AI 때문에 닭고기 요리는 지금 다 안된다고 했다. 이 닭 친구 건강은 괜찮은가...? 







 지금까지 중국에 와서 가 본 식당 중 가장 허름한 식당이었다. 슬레이트 지붕, 게다가 중간이 쩍쩍 갈라진 시멘트 바닥. 심지어 좀 기울어져 있어서 식탁도 의자도 모두 삐딱하게 서 있었다. 신난다! 난 이런 델 와보고 싶었던 거였다!




 Q는 메뉴를 보더니 이것들이 무슨 요린지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아무거나 시키라고 하고는, 아주머니가 내온 컵과 식기를 생수로 헹궜다. 







 계란 요리. 투박하고 단순한 겉모습과는 달리 무척 맛있었다!







 그냥 푸릇푸릇한 풀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아주 맛있었다! 물론 풀 아래 고인 건 물이 아니고 기름이다.  







 이것도 짭쪼롬하니 맛있었다!







 그리고 이거... 이렇게 통으로 나오는 생선 요리 징그러워서 절대 안 먹는데... Q가 한 입 먹더니 눈이 동그래져선 이거 진짜 맛있다고 빨리 먹어보라고... 먹어보니까 진짜 맛있었다... ㅠㅠ 쓰촨 요리 정말 다 맛깔나고 좋았다. 역시 가게는 오래되고 낡을수록 진짜 맛집인 모양이다. 다른 건 배불러 남겼어도 이 생선 요리만큼은 뼈만 앙상하게 남을 때까지 다 먹었다. 


 이 가게가 내게 준 건 맛 좋은 음식만이 아니었다. 다 먹고나서 계산하려고 내가 买单(계산할게요)이라고 했는데 못 알아듣길래, 이번에는 Q가 买单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못 알아듣는 거였다. Q가 어색해하면서 재차 재차 말해도 고개만 갸웃할 뿐. 손에 든 돈을 흔들어보이자 收钱?이라고 물었다. 직역하면 '돈을 받는다'인데, 여기에선 이렇게 말하는 모양이었다. 분명 같은 중국인인데 서로 말이 안 통해서 어리둥절해하는 모습들이 재미있고 한편으론 놀라웠다.


 중국 역사를 보면 다양한 지방 군벌들이 통합과 분열을 거듭하며 대륙의 역사를 그려나간다. Q와 청두 시내를 걸으면서 하나의 중국 속 여전히 존재하는 지방의 힘에 대해 들었었다. 심지어 시진핑 집권 과정에서도 일이 있었다고!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를 충실히 따라 20살 성인이 된 후로 쭉 서울에 살고 있는 나는 지방 세력들이 힘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느냐 싶어 반신반의 했었는데, 상하이-청두 이 도시에서 느껴지는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실감하며 어느 정도 눈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나라가 크다는 건 단순히 땅덩이가 크다는 것, 그 훨씬 이상의 것을 뜻하는 것이었구나.







 점점 가까워온다. 여러 지방 출신 중국인들의 다양한 중국어가 들려왔다. 내가 모르는 말로 대화하는 사람들을 보며 Q에게 저게 쓰촨 사투리냐고 물어봤더니 저건 상하이 사투리라고 했다. 그래서 그럼 넌 알아듣냐고 했더니, 당연하다고! 궁금해서 몇 가지 말을 배워왔는데, 니하오는 농하오. 씨에씨에는 샤샤. 뚜이부치는 떼베치. 심지어 상하이 사투리에는 성조도 없단다.


 길 위에 뱀 같은 걸 목격하기도 했었는데, 건너편에 있던 사람이 사즈? 사즈? 라고 했다. 그냥 풀이 그런 모양으로 나 있었을 뿐이라, Q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줬다. 사즈?는 쓰촨 사투리로 这是什么(이게 뭐에요)란다. 마찬가지로 베이징에는 베이징 사투리가 따로 있고, ... 


 이쯤 되니 중국인들이 보통화를 다같이 쓰고 있다는 것이 도리어 놀라울 지경이다!  







 뭔가 공산주의 느낌이 나는 것이라면 무조건 찰칵. 새 시대의 혁명군을 만들자! 강렬한 붉은 현수막을 내건 군용 차량. 







 그리고, 드디어 당도한 칭청산! 등산 후기는 따로.







 돌아가는 길에는 비가 주룩 주룩 내려서 - 케이블카를 탔다. 한국에서도 탈 일이 없는 케이블카를 중국에 와서 타게 되다니. 굉장히 안전하고 빨랐다. 


 우리 맞은 편에는 어떤 부부가 앉았는데 내가 보통화 발음을 듣고 한국어로 북경 사람인 것 같다고 했더니 Q가 대뜸 베이징 사람이죠? 물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뭔가 퀴즈 맞힌 것마냥 괜스레 흐뭇했다. 




 하산 후에 호텔로 돌아올 버스를 타야하는데 어디서 타는 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택시를 타기로 했는데 택시도 안 왔다. 별 수 없이 도로 곳곳을 달리고 있는, 농기계를 개조한 듯한 탈 것에 올라탔다.


 그런데 이게 충격 흡수가 전혀 안돼서 주행하는 내내 이러다가 곧 와장창 무너지고 말겠지 싶을 정도로 천둥번개 치는 소리가 났다. 과속 방지턱 한 번 넘는데 몸이 들썩이고 귀를 막아야할 정도였다. 당연히 내부는 지저분하고, 만일 사고가 난다면 우리 셋 모두 그 자리에서 ... 하지만 난 이런 걸 타보고 싶어서 중국에 왔던 거라고 또 잔뜩 들떠있었는데, 갑자기 Q가 한국어로 "이 아저씨 운전 너무 위험하게 하네"라고 말했다. 그래서 왜 그러지? 하고 주위를 둘러봤더니 역주행을 하고 있었다 ! ! ! 


 어찌 됐건 지금 잘 살아돌아와 이렇게 여행기를 쓰고 있으니 다행이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씻고 좀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식당이 별로 없고 옷가게나 신발 가게들이 많았다. 이런 시골에 왜 이렇게 몸치장하는 가게들이 많을까? 둘다 궁금해했는데 Q가 아! 하더니 快递(택배)가 안 돼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오! 정말! 둘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여가며 걸었다.


 사실 Q는 맵고 자극적인 쓰촨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청두에 왔던 날부터 줄곧 배가 아팠다고 한다. 어떻게든 부드럽고 삼삼한 음식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런 걸 파는 가게가 아예 없었다. 좌절하는 Q와 함께 그나마 깨끗하고 사람이 많은 식당엘 들어왔다.







 고기 요리였는데, 맛있었다. 왼쪽에 있는 건 약간 싱거운 매실 주스 느낌. 







 그리고 이거... 중국 여행 중 먹었던 음식 중에 최고로 맛있었다! 자오장미엔... 아니 이게 어딜 봐서 자장면이지... 0_0







 이것도 너무 맛있어서, 두장옌 있는 동안 한번 더 와서 또 시켜 먹었다. 저 만두 위에 얹혀진 기름진 깨가루 같은 게,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밥 먹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두장옌은 저렇게 길 한복판에 물이 흐르고 그 양 옆에 잎이 늘어진 나무들이 쭉 서 있었다. 내가 머릿 속으로 생각해오던 중국 나무가 꼭 저런 모습이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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