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잘하기 #2

코치의 프레즌스(Presence), 판단 없는 대화

by 최호석

코칭 대화의 시작은 코치와 고객, 두 존재의 온전한 인정에서 출발한다. 코치의 존재감이란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도, 고객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다. 고객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공간에서 비로소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전문 코치가 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는데, 그게 바로 코칭 실습이다. 이 단계에서 코치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가끔은 고객에게 할 질문을 외워 가기도 하고, 때로는 메모해 두고 찾아가며 질문하기도 한다. 이때 예비코치가 준비해 온 구조화된 대화 흐름에만 집중하다 보면, 맥락에 맞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생긴다. 고객 입장에서는 "코치가 내 말을 제대로 듣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순간, 코치의 프레즌스는 느껴지지 않고, 코칭의 효과도 떨어진다. 코치가 진정으로 고객의 말에 집중하고, 그 순간에 함께 있어 줄 때 비로소 코칭의 힘이 발휘된다.


점위에 점위에 점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만큼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표현이 있을까? 이 책에서 삶의 의미를 표현하면서 쓴 말이다. 우리의 삶이 만약 정말 점위에 점위에 점 같은 거라면, 얼마나 무의미할까?


내가 사는 삶을 그렇게 평가해야 한다면, 어쩌면 스스로의 삶을 끊는 것도 그냥 점위에 점 하나를 지우는 것에 불과할 것이니,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끔 만나는 고객 중 자신의 삶을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일까? 알고 보면, 그들의 입 밖으로 나오는 단어나 문장과 다르게 실제로는 더욱 인정받고 싶고, 알아봐 주길 바라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코치가 자신의 presence(프레즌스)를 유지하며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치라는 존재가 곁에 있어 주면, 고객은 자신의 힘듦을 이야기할 수 있고, 기쁨을 나눌 수 있으며,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고 집중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면, 점위에 점일 뿐이라도 그 자체로 소중하다.


실제 코칭 장면에서는 어떨까?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외워 온 질문을 억지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자주 나타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바로 코치의 판단에 따른 질문과 리딩이다. 이게 왜 문제일까?


다시 책의 주요 문장으로 돌아가 보자.


자연은 인간이 분류한 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평생을 연구한 물고기라는 분류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실체라는 이야기는 사실 나에겐 선악이나 권선징악, 혹은 나쁜 놈을 벌한다 같은 의미보다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수십 년을 고민하고 분류해 온 것들도 잘못될 수 있다는 하나의 알아차림을 주었다.


내가 아는 답이 그들에게 답이 아닐 수 있고, 나의 생각이 언제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부정적인 느낌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무언가로 다가왔고,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내 관점으로 분류하려던 나를 다시금 바라보게 해 주었다.


코치도 역시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험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생각과 판단을 한다. 여기에 위험 요소가 있는데,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있으면 고객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려 하는 점이다.


자연이 인간이 분류한 대로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고객도 코치가 생각한 삶을 그대로 사는 게 아니다. 그들은 언제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거기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그들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미래를 알 수 없으니, 당연히 누구의 선택이 낫다고 할 수도 없으며, 코칭 대화 이후의 삶을 사는 것도 고객이니, 그 많은 변수를 코치가 알 수도, 조절할 수도 없다.


책에서 말하는 물고기처럼 존재하지 않는 분류더라도, 존재 자체가 가치 없는 것이 아니다. (그 가치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코치의 존재가 소중하다. 코칭으로 고객이 자신의 모습 중 아직 발견하지 못했던 점을 자각하게 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해서 자신의 존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코치는 고객의 수만큼 다양하고, 그들의 색은 그들의 수만큼 찬란하다.


하지만 그들의 다양성이 코칭 철학이라는 기반 위에 존재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코칭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판단을 내려놓고 온전히 상대의 이야기에 머무르는 것. 그 순간, 대화의 힘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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