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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현 Jun 17. 2019

[열여덟 여행] 11. 온천이 좋다

목이 말라 문제였지만..

셔틀을 타고 5분 정도를 갔다. 남직원들과 헤어지고 J와 나는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여탕 쪽으로 들어갔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어두컴컴해서 그렇지 인터넷으로 알아봤을 때 보다 더 내려가는 듯했다. 이렇게 내려가다가는 지구의 핵이라든가 마그마를 만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늦은 시간에 우리를 반기는 것은 아늑한 분위기의 욕탕 로비가 나타났다. 남녀가 나뉘어 있었고, 들어가니 옷을 갈아입게 되어 있는 곳이 깔끔하게 눈에 들어왔다. 동료이니 당연히 멀리 떨어져서 유카타를 벗고 샤워실로 향했다. 

눈이 나쁜 나는 안경을 벗으면 사실 천지분간이 잘 안 되는 편이고. 

내려가서 욕장을 들어갔는데, 아. 그렇게 내려간 이유가 있다. 계곡인 것이다. 히젠야 온천호텔은 여러 개의 온천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간 욕장은 노천탕이고 탕이 대여 섯개 있었다. 

깊은 계곡 안에 있어 자연 그대로의 돌과 나무들이 욕장을 감싸고 있었다. 온천물에서 나오는 하얀 김과 사람들의 조용한 움직임, 이야기 소리조차 크게 들리지 않고 밤하늘을 쳐다보며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고 있으려니 갑자기 ‘행복’이란 감정이 찾아왔다. 어색하게도


여럿의 여행에서 그것도 회사 사람들과의 워크숍에서 홀연히 만난 ‘행복감’

조용하고 사람도 얼마 없어서 한적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우리 둘 다 눈이 나빠 안경을 벗으면 잘 보이지 않아서 대충 수건을 가리고 후다닥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해서 부끄러울 것도 없었고, C와 나는 동료지만 나이가 비슷하고 그래서 그다지 거리낄 게 없었는데 다른 팀원들은 우리가 움직일 타임을 피해서 늦게 도착했다고 나중에 탈의실에서 만났다. 

컴컴해서 사실 하나도 안 보였는데. 게다가 나는 개인탕처럼 생긴 곳이 너무 좋아서 뜨거움도 불사하고 뜨거운 곳만 골라 다녔다. 그러나 정말 너무 좋다 못해 땀을 빼서는 갈증에 몸부림을 치고야 말았다. 왜 생수를 갖고 오지 않았는가. 왜 나는 지갑도 가져오지 않았는가. 그 많은 동전은 왜 호텔에 두고 왔는가. 


욕장에서 캔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람, 생수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 너무 목이 말라 그렇게 그들이 부러워서 더는 참을 수 없었고, 결국 양치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박차고 나와 씻었다. 분노의 양치를 마치고는 머리도 감고 개운하게 나와서 보니 또다시 목이 말랐다. 온천을 마치고 마시는 우유. 동전이 없어 침만 흘리고는 일본 온천은 야박스럽게 물도 구비해 두지 않는다며 꿍얼꿍얼 대다가 셔틀이 오는 시간에 맞춰 올라가기로 한다.

두둥. 다행히 올라가서 보니 얼음까지 들어있는 아주 차가운 물통이 떡하니 우리를 반겼고, 우리 네 명은 동시에 ‘물이다’를 외치며 아이처럼 눈물 나게 좋아했다. 


그리고 셔틀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온천

호텔에 돌아와서는 잠시 누군가의 방에 모였다가,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온천을 함께 한 팀원들의 방에서 약간의 수다와 약간의 알코올을 섭취했다. 마지막 밤은 그렇게 보내고 방으로 돌아와 누웠다. 길고 길었던 워크숍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이 캔에 든 하이볼은 정말 쎄다! 알코올 냄새가 어마무시! 희석해서 먹어야 하나.

알코올의 영향인지 꿈을 꾸었고, 목이 말라 일어나려니 머리가 아팠다. 꾸역꾸역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들어갔어야 했는데 맞나 안 맞나를 살피다가 에이 모르겠다 싶어 짐을 싸서 내려오자 싶었다. 짐을 싸서 내려가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식사는 부드러운 두부가 메인이었다. 속풀이용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밥을 꼭꼭 씹고, 두부를 으깨서 먹었다. 땅콩소스는 고소했고, 샐러드보다 깍두기가 생각났지만 샐러드도 어울렸다. 

아침식사. 아마 저걸 다 먹었을걸.ㅋㅋ

밥을 먹고 부랴부랴 로비에서 사람들을 만나 버스를 탔다. 후쿠오카 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 밤에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풍광이 멋있는 곳이었다. 사방으로 높은 산과 강을 건너 어느덧 후쿠오카시로 진입을 했다. 사지 않아도 되는 면세점 쇼핑점에 잠시 들어갔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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