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점 099 | 연희동 희곡 서점 '인스크립트'
글.사진 @__art_taste 가게 @inscriptbooks
*이 글은 2023년 8월 작성된 글을 재발행 한 것입니다.
연희동을 구석구석 탐방하다 보면 멋진 풍경을 발견하곤 합니다. 인스크립트가 위치한 골목은 초여름, 포도송이 같은 등나무 꽃이 주렁주렁 달린 대문이 있는 골목이에요. 어느 날 무심히 지나치던 건물에 멋진 공간이 보여서 방문했어요.
공간의 이름은 ‘인스크립트’ 말과 글이 머무는 희곡 서점입니다. 희곡 서점에 들어가면 자줏빛 '지만지' 희곡 전권이 우릴 반겨줍니다. 희곡뿐만 아니라 영화, 요리, 문학 등 여자 사장님의 취향이 담긴 책꽂이도 있어요.
읽고 싶은 책이 생겼을 땐, 음료와 함께 앉았다 갈 수 있는 책상이 있는데요. 남자 사장님이 내려주는 끝 맛이 깔끔한 커피와 함께 머물다 가세요. 아, 토마토 에이드도 놓치지 마세요!
희곡은 인류 최초의 문학이자 모든 문학의 시작점이라 해요. 희곡에서 시와 소설이 파생됐다고 해요. ‘희곡’을 ‘극을 위한 대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희곡과 대본은 동의어가 아니라고 해요. 문학작품으로서의 원형이 희곡이고, 작품에 맞춰 변형한 모습을 대본이라 부릅니다.
연기를 연습하는 사람들에게 희곡은 꼭 필요한 준비물인데요. 서점에서 희곡 코너를 본 기억이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서점에서 조차 희곡 코너는 마련돼있지 않아요. 그래서 희곡 구매를 원하는 분들은 많은 서점을 돌아다녀야 원하는 희곡을 살 수 있죠.
인스크립트를 만든 두 분은 이러한 어려움을 겪으며 희곡전문 서점의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해요. 희곡을 향한 갈증, 연극에 대한 열정,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서점 인스크립트로 초대합니다.
인스크립트를 만든 두 명의 사장님은 박세인, 권주영 배우예요. 더욱 진정성이 있죠? 두 배우가 꿈꾸는 서점을 만들기까지 다양한 상상과 시행착오을 겪었다고 해요. 두 분의 상상 속 서점은 왁자지껄한 신촌 먹자골목 한 켠에 있기도, 독립문 근처의 좁은 상업공간, 회현역 부근까지 있었죠. 홍제천에서 북스테이를 하는 구체적인 상상까지 했지만 결국 연희동의 고즈넉한 골목 속 빨간 벽돌을 가진 아늑한 공간을 발견했어요. 창문 밖 살구나무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죠. 첫 번째 준비를 마친 두 분은 3개월 이라는 시간동안 셀프인테리어를 통해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고 해요. 아마, 두 분이 사랑하는 것을 온전히 보여주기 위한 시간이었겠죠?
그 결과 인스크립트의 분위기는 권주영 배우가 좋아하는 빨간색 벽돌과 이와 어울리는 빨간 의자, 자주및 지만지 희곡 전권, 이와 대비되는 청록색 암막커튼이 책임지고 있어요.
인스크립트의 인스타그램 소개글은 “말과 글이 머무는 곳”이예요. 서점이니 글은 이해되지만, 말은 뭘까 궁금하지 않나요? 인스크립트에선 낭독회를 엽니다. 8월의 낭독회는 셋째주, 다섯째주 수요일에 열립니다. 박세인 배우가 진행하는 낭독회라니..! 정말 귀한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겠어요. 늦은 여름 밤, 우리의 말소리가 머무는 낭독회에 참여해보는건 어떨까요.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증가로 49-1, 1층
위치ㅣ빵집 피터팬1978 맞은편에서 쭉올라오세요!
시간ㅣ12:00 - 20:00 (월-수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