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점 097 | 연희동 '연희 에스프레소 바'
글,사진 @seodaemun.9 가게 @yeonhui_espresso
*이 글은 2023년 8월 작성된 글을 재발행 한 것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압출되는 커피가 조막만한 샷잔으로 남김 없이 모여드는 것처럼, 왜 그 일을 하는지, 자신만의 정성을 기울일 지점을 찾아낸 가게가 있습니다. 이제 갓 한 해를 보낸 ‘연희 에스프레소 바’는 짧은 기간임에도 벌써부터 많은 손님들이 단골처럼 들러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심 담아 이야기해보자면, 사실 연희 에스프레소 바는 이 채널을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눈여겨본 가게였습니다. 서대문구에 없었던 ‘에스프레소 바’라는 콘셉트에 손님으로서 반가웠고, 커피 잔에 새겨진 ‘ㅇㅗㅎ’ 디자인도 귀여우면서도 감각있게 느껴져 주민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가게였습니다. 늦었지만 이제야 연희 에스프레소 바에 다녀와 인사드리고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매 계절 새로운 메뉴 덕분에 연희 에스프레소 바로 향하는 길이 즐거운데요. 올 여름은 체리와 오렌지, 자몽 소르베가 올라간 ‘소르베’가 신메뉴로 인기가 많아 종종 동이나기도 합니다. 먼저 자몽을 좋아해 자몽 소르베를 시켰는데, 비주얼부터 군침 싹 도는 컬러감에 한 수저 뜨자마자 홀린듯 체리 소르베 추가해서 두 잔 마시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곳에만 있는 독특한 메뉴 ‘히든 메뉴’도 추천드립니다. 히든 메뉴는 에스프레소 위에 크림을 얹고 과자를 부숴 올려주시는데요, 과자의 종류는 그때마다 다릅니다. 빈츠, 빅파이, 빠다 코코넛 중 하나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익히 알고 있는 과자의 맛과 커피와 크림이 어우러져 오래도록 여운이 감도는 맛입니다.
사실 사장님께서 20년 가까이 커피를 해오신 덕분에, 기본적으로 무엇을 시키던 커피 맛은 보장인데요.
에스프레소 본연의 맛을 즐기시는 분 외에 아직 커피의 쓴맛이 익숙하시지 않다면 크레마 위에 카카오 가루를 뿌린 나폴리식 에스프레소, 스트라파짜토에 도전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택가가 많은 연희동, 고요하고 안온한 골목길에 자리한 연희 에스프레소바는 공간, 가구 디자인과 20년간 커피를 해 온 부부 사장님의 재능과 정성이 담긴 공간입니다.
처음 카페를 여시기 전, 커피 교육과 컨설팅 공간을 염두해두셨고 가게 자리를 구할 때도 교육 공간을 확보할만한 넓은 공간을 찾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건물 모습을 보자마자 마음이 쏠려 곧 바로 계약을 결심하셨다고 합니다.
연희 에스프레소가 자리한 건물은 슬림한 박스형의 쌍둥이 건물이 데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져 서로 의지하며, 커다란 나무로 중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건물 외벽의 담쟁이 덩쿨은 겨울의 눈이 녹아 봄이오면 차츰 싹이 잎을 틔우고, 한 여름이 되면 담쟁이 덩쿨로 푸른 옷을 입습니다. 하루하루 변화하는 담쟁이 덩쿨 덕분에 손님 뿐만 아니라 이 곳을 지나는 분들에게도,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합니다.
아마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이 공간을 찾으실 거예요. 저는 서대문구점을 처음 시작했을 때, 눈에 띄어 소문내주고 싶었던 몇몇 가게가 있었는데, 그중 한 곳이 연희 에스프레소 바 였어요. 유치원 때 이후로 잡아볼 일이 없던 크레용으로 주문표를 체크하면, 음료와 함께 돌아온 주문서에 적힌 귀여운 메시지도 인상적이었고, 남자 손님은 거들떠 보지 않는 시크한 강아지 ‘호롱이’의 매력에 치이고, 커피를 내리는 두 사장님의 실루엣이 아름다웠거든요. 여러분들은 어떤 이유로 연희 에스프레소 바에 다녀오셨나요? 어떤 이유로 궁금해지셨나요?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36 1.5층
위치 | 연희 104고지 기준, 연희동 초입
시간 | 08:30 - 17:00
*정말 죽을것 같을때 한번씩 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