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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Jun 23. 2024

집, 그런데 카페, 그런데 집

서대문구점 096 | 헤비사이드 카페 '헤비사이드'

글 @deulda_jung 사진 @seodaemun.9 가게 @cafe_trickle


 

헤비사이드는 북아현동 고개 끝자락, 안산 자락길로 올라가는 골목 사이에 위치한 카페예요. 이 곳은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들어진 공간이죠. 이 곳에 가려면 북아현동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어느 여유로운 친구를 만나러 가듯 서대문05 마을버스 종점에서 내린 후, 골목 어귀를 살피며 낮은 언덕을 열심히 올라 가야 해요. 열심히 발걸음을 해야만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일까요, 카페는 늘 북적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 공간에 다다르셨다면, 일반적인 주택에서 어떤 변주를 주었는지를 찬찬히 살펴보세요. 그 변주들로부터 헤비사이드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먼저 이 곳의 입구에는 일반적인 단독주택의 대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듯 작은 정원이 가꾸어져 있어요. 대신 주택의 대문은 활짝 열려 있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현관을 높고 널찍한 유리문으로 바꾸어 사람들의 방문을 환영하고 있죠. 



“Think about nothing or about everything” 


입구에서 정면에 보이는 창문에 적어 둔 문구는 이 공간에서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는 휴식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사색을 권하고 있어요. 유리문 안으로 들어서면, 주택이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든 통로들이 눈에 들어와요. 유리문을 마주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헤비사이드가 자랑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거나 모든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카페의 메인 공간이 나타납니다. 어린 아이에게 집을 그려보라고 하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구조, 뾰족한 지붕과 네모난 기둥 모양을 그대로 살린 공간이 특징이예요. 마치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 집 같은 모양의 직관적인 공간 구조는 이 곳이 주택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동시에 주택이 필요로 하는 실용성 대신 높은 층고를 제공해서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하죠. 아마 이 주택의 원형에서 다락방이었을 공간의 경계를 과감히 무너뜨렸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예요. 그리고 그 뾰족한 지붕의 한 가운데에 원형의 창문을 배치해 놓아, 햇빛의 오묘함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답니다. 2층에 위치한 모든 테이블에서는 북아현동 언덕의 꼭대기, 그리고 그 곳에서도 주택의 2층에서 보이는 동네의 전경을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잠시 테라스로 나가 보면 꼭 이 곳에 살던 사람처럼, 단독주택 2층에서 햇살을 맞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1층 카운터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주택의 그늘과 햇살을 모두 담은 1층


다시 1층으로 돌아와서, 아마 거실이었을 공간에는 손님들의 주문을 돕는 카페 바가 자리잡고 있고, 그 맞은 편으로는 정원이 보이는 유리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죠. 그렇지만 옛날 주택의 거실을 떠올리면 그러하듯, 그 햇빛이 카페 내부를 완전히 밝히지는 못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두터운 기둥과 벽 덕택에, 반쯤 그림자 지고 반쯤 햇빛이 들어오는 오묘한 채광이 완성되죠. 2층 메인 공간에 자리잡지 못했더라도, 감각적으로 구성된 1층 방에서도 충분히 사유가 가능해요. 다만 조금 좁은 테이블 배치들로 노트북 작업보다는 커피 한 잔과 문고본 책, 또는 가까운 사람과의 진한 대화가 더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소개할게요. 



헤비사이드에서의 시간을 집으로 가져가고 싶다면


커피를 주문하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한 켠에 마련된 굿즈와 편집샵 공간을 둘러볼 수 있어요. 이 곳은 헤비사이드 전체에서 가장 햇빛이 들지 않는 공간이에요. 마치 미국의 단독주택 차고에 들어온 것처럼, 먼지나는 러그, 주황색 조명, 그리고 철제 선반 위에 아이템들이 널려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 보면 작게는 마스킹 테이프부터, 리유저블 백, 피크닉을 위한 패키지까지 준비되어 있는 다양한 굿즈와, 가격은 있지만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것 같은 감각적인 인테리어 아이템들이 마련되어 있어요. 헤비사이드에 방문하시면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면서 꼭 한번 구경해 보세요. 


만약 집에 와서도 헤비사이드에서의 시간이 생각난다면, 피크닉 시리즈같은 굿즈들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니 관심이 생기신다면 웹사이트도 확인해보시길 추천해요. 공간에서 느낄 수 있었던 요소들을 웹사이트로 옮겨 놓았는데, 헤비사이드가 하고 있는 브랜딩, 그리고 색채를 오프라인 공간이 아닌 온라인에서 색다르게 느껴볼 수 있을 거예요.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해주는 카페 헤비사이드는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와 카페 본연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집으로 시작해 카페를 거쳐, 다시금 떠올리면 집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헤비사이드, 그 즐거운 연쇄를 느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로26길 31-6 

위치ㅣ이대 이하우스 옆 골목 안

시간ㅣ10:00 - 18:00, 주말 12:00 - 20:00

*매주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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