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점 095 | 신촌 카페 '트리클 커피'
글 @deulda_jung 사진 @seodaemun.9 가게 @cafe_trickle
연세로에서 괜찮은 카페를 찾기란 꽤나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나 조용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죠. 수많은 사람들과 공존하면서도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보통 신촌의 카페들에서 이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카페 트리클은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게 연세로 메인 거리 바로 앞 골목에 자리잡았어요. 영업을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마치 그 자리에서 오랜 시간 커피를 팔아온 가게인 것처럼, Trickle coffee라는 이름을 검정색 나무 위에 흰색 글자로 단정하게 적어 두었어요.
카페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커피라고 답하겠고 누군가는 공간이라고 답하겠죠. 건축가 유현준씨는 우리는 카페에서 공간을 산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많은 카페들은 컨셉츄얼한 멋진 공간을 꾸미고, 사람들의 편의를 제공해서 많은 사람들을 불러오려는 전략을 사용하죠. 물론 멋지기까지 한 맛을 내는 음료도 곁들여지면 더욱 좋겠구요.
제가 느낀 카페 트리클은 조금 달랐어요.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무언가를 했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어떤 의식 있는 예술가가 자신의 공간일부를 개방해 사람들이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는 느낌이였죠. 그러니까 이 곳은 원래부터 있던 누군가의 공간이고, 우리는 이 곳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권한을 받은 게스트의 느낌이랄까요.
1층으로 들어와 음료를 주문하는 바를 지나면 곧바로 2층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이 나타나요. 난간을 따라 배치되어 있는 테이블 몇 개와, 예술가의 찬장인 듯 멋진 컵들과 그릇들이 진열되어 있고, 그 바로 옆에는 커다란 캔버스에 그려진 유화가 걸려 있어요. 한 쪽 벽면에는 갈색 가죽 쇼파를 여러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다시금 배치하고, 그가 좋아하는 단정한 음악이 흘러 나오고, 곳곳에는 그의 취향이 반영된 예술 작품들이 자리잡고 있어요. 2층 공간의 가운데에는 슬라이딩 도어가 달려있는 방처럼 구획된 독특한 공간이 있는데, 이 문이 활짝 열려 있어서 더욱 사적인 공간에 초대되어 들어온 기분이 들었어요. 큼지막한 거울과 창들, 디자인 조명들, 빈티지한 스피커까지 일관적인 요소들로 채워져 있기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예술가를 상상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이곳이 정말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트리클은 새로운 카페의 방문자를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공간이었기에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트리클에는 듁스 로스터즈의 원두를 사용한 듁스 마켓 블렌드, 그리고 듁스 에스프레소 블렌드의 두 가지 커피가 준비되어 있어요. 커피에 조예가 깊은 방문자들은 원두에 대해 만족하는 평가를 종종 남기고 가세요. 디카페인 메뉴로는 듁스 과테말라 원두가 준비되어 있는데, 컨디션에 따라 디카페인 커피를 자주 찾는 저에게, 트리클 커피의 디카페인 라떼는 “음 여기 커피 맛있다!” 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어요. 디카페인 원두는 보통 원두에 비해 기본적으로 풍미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또 라떼파 분들은 아시겠지만, 원두와 우유의 맛의 조화가 중요하잖아요? 트리클의 디카페인 라떼는 오랜만에 느끼는 반가운, 맛있는 디카페인 음료였어요.
주의를 기울일수록 공간 안에서 단정하고 여유롭게 다양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던 트리클 커피. 북적이는 연세로에서 조용하게 작업할 공간이 필요하거나, 친구와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천천히 대화를 나누고 싶은 언제라도 이 곳에 방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3-3
위치ㅣ연세로 왼 편 첫 번째 골목
시간ㅣ매일 12:30 -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