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대문구점 Jun 09. 2024

도자기를 빚어 올리듯이 겹겹이 쌓아 올린 디저트의 나라

서대문구점 133  | 연희동 디저트 가게 '챙스베리'

글. 사진 @seodaemun.9 가게 @chaengs.berry



매일 걷는 거리에 생긴 변화를 감지하고 하늘을 바라보고 계절의 흐름을 읽어내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제스처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은 더욱 세밀한 감각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은 때때로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조차 놀라게 하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다.


학부 시절 도예를 전공했던 장채영 사장님은 기민하게 느낀 계절과 날씨의 변화에서 얻은 영감으로 디저트를 빗어 올린다. 도자기 빚듯 겹겹이 쌓은 달콤함의 층고는 디저트라면 달고, 상큼하면 상큼한 것으로 알고 있는 디저트 문외한인 내가 먹어보아도 예사롭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계절의 맛을 담은 달콤한 디저트


학부시절 전공했던 도예가 직업적으로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판단했던 사장님은 그 시기에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선물처럼 주고받는 디저트의 세계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녀는 졸업 후 제과점과 케이크 가게 등에서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기본기를 쌓아가며 자신의 첫 브랜드 챙스베리를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챙스베리의 화려하고 달콤한 디저트는 시시각각 바뀌는 계절과 날씨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그녀는 돋아나는 새싹의 연둣빛과 녹음이 우거진 초록의 느낌을 디저트로 형상화한다. 계절 따라 가장 맛 좋은 과일을 활용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계절을 느끼는 방법의 하나가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과일을 먹는 것일 텐데, 챙스베리에 간다면  매 계절 그녀가 찾아낸 계절의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맛있는 건 0칼로리


챙스베리의 단맛은 씹을수록 하나의 이야기처럼 겹겹이 드러나는 향과 단맛이 매력 포인트이다. 이는 혀끝에서 설탕이 녹여 내는 평범한 단맛이 아니기 때문인데, 단맛을 낼 때 식감이나 향으로 분산시켜 주면 아주 건강하면서도 풍성한 맛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맛있는 건 0칼로리’라는 말이 있다. 디저트를 먹으면 왠지 살찌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 주문을 외우면 디저트를 한 입 먹고 감응하는 내 몸이 지방을 다 태워줄 것만 같은 마법을 기대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식감이나 향으로 층층이 쌓고, 계절 과일로 맛을 낸 챙스베리의 디저트라면 이미 마법이 걸려있는 상태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심지가 곧은 그녀


하나의 일을 오랜 시간 지속해 오는 동안 흔들림은 없었겠냐는 질문에 그녀는 흔들렸을지라도 계속 이 일을 해왔을 것이라고 말한다. 디저트가 아닌 베이커리를 했더라도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디저트의 소스가 되었을 거라고, 무엇을 해도 자신만의 디저트로 녹여낼 수 있었을 거라고. 


짧은 시간 그녀의이야기를 들으니, 폭신한 디저트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심지가 곧은 그녀의 디저트 가게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325 동신빌딩 1층

위치ㅣ연희104고지 버스 정류장 건너편

시간ㅣ12:00 - 20:00, 토요일 19:00 마감

*매주 월요일 휴무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밥 꽃이 피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