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떡잎마을방범대'와 함께한 신년맞이 연탄봉사 in 홍제동 개미마을
글&사진 @seodaemun.9
올해는 마음속에 부정적인 생각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날의 연속이다. 작년 12월 3일부터 내란 사태가 종결되기 전까지 작은 두통은 계속될 것 같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행동은 낙관적으로 해야 한다. 가령 시간을 내어 광장에 나가 목소리를 보탠다거나, 일상과 일상 사이에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덕을 펴야 한다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토요일 아침, 서대문의 청년 봉사 모임 ‘서대문 떡잎마을방범대’와 함께 ‘신년맞이 연탄 봉사’에 다녀온 것도 그 목소리에 대한 순응이었다.
1월 4일, 홍제동 개미마을에 떡잎마을방범대 대원 50명이 모였다. 이날 배달하고자 목표했던 연탄은 약 2,000장이었다. 개미마을 아홉 가구에 각각 200~300장씩 전할 수 있는 양이었다. 이는 약 보름에서 한 달 치 분량이라고 한다. 홍제동 개미마을에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니, 이 추운 겨울에 한 장 한 장이 귀하게 여겨진다. 대원들이 연탄을 옮기는 몸짓 하나하나가 조심조심이다.
연탄 배달은 흩어져 있는 가구에 효율적으로 배달하기 위해 대략 조를 나눠 진행했다. 길이 좁고 가파르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지게를 둘러메고 네 장에서, 많게는 아홉 장씩 목적지까지 등반해야 한다. 연탄을 나르는 일이 고됐기에, 지금껏 옮긴 양을 서른 장까지 헤아리다가 어느 순간 포기해 버렸다. 그래도 끝까지 배달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꾀부리지 않고 연탄을 나르던 떡잎 대원들 덕분이었다.
배달할 가구는 뿔뿔이 흩어져 있었고, 집마다 경사와 연탄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거리가 달라 난이도의 차이가 있었다. 두세 번쯤 연탄을 옮겼을 때 깨달은 사실이다. 길을 오르다 보면 갈림길이 등장하는데, 왼쪽으로 가면 고난도의 집이, 곧장 직진하면 낮은 난도의 집이 나타난다. 나는 네 번째 연탄을 옮기던 중, 본능적으로 평지가 많은 쉬운 코스의 집으로 직진하고 있었다.
갈림길 앞에서 ‘서울연탄은행’의 담당자님이 나를 보며, 이 언덕을 오르면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쉬운 길을 걷고 싶은 나를 꼬드겼다. 행군 중에 커피라니, 말의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낚싯대에 걸린 당근처럼 매혹적인 제안에 나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고난도의 집을 향했다. 체감상 한참을 오르고 오르니 ‘개미벅스’가 펼쳐져 있었다. 오늘의 바리스타는 갓 볶은 파마머리를 하고 계신 할머니, 오늘의 원두는 맥심 커피믹스였다. 정상(?)에서 마신 할머니의 커피믹스는 세계 제일의 바리스타도 내지 못할 커피 맛이었다.
오전 나절 동안 50명이 힘을 합쳐 연탄을 나르니, 아홉 가구에 모든 연탄이 배달되었다. 연탄을 만진 대원들이 손이 숯검댕이로 변했지만, 마음은 되려 깨끗해지는 하루였을 것이다. 연탄을 나르면서 마주친 대원들의 얼굴들이 잔상으로 남아 속 시끄러운 연초의 마음을 단단히 묶어주는 노끈이 되어준다.
떡잎 마을 방범대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대원들을 모집한다. 3월이나 9월이 다가오면, 서대문구 곳곳에 붙어있는 떡잎마을방범대 포스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올해 9월에 모집했던 4기의 활동을 살펴보면, 10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두 번씩 플로깅과 낙엽 쓸기, 나무 심기와 어르신 키오스크 & 스마트폰 교육, 유기견 보호센터 봉사 등을 진행했다. 4기 활동의 마지막은 1월 4일, 함께 다녀온 연탄 봉사였다. 중간중간 농구나 풋살, 보드게임 등 별도의 소셜링도 진행한다고 한다.
오는 3월 포스터를 발견한다면, 미뤄왔던 마음을 고백하듯 떡잎마을방범대 5기를 신청해 보자.
with. 서대문 떡잎마을방범대 @sdm_w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