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점: 함께해보고서 | 서대문구 ㅇㅇ동 캣맘 동행 취재기
오늘 거리에서 고양이의 기척을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면, 고양이가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 머릿속에 고양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일까.
'거리에 굶고 병든 고양이가 대체 어디있어?'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는 이유는, 굶고 있는 고양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의 눈 앞에 나서서 밥을 구하지 않고, 병들어 생을 마감한 고양이는 쏟아지는 민원에 의해 빠르게 수거되기 때문이다.
팩트, 오로지 눈에 보이는 사실만을 증거로 제시해야만 겨우 신뢰를 얻는 사회에서, 힘없는 목소리는 늘 은폐된다.
“부르르릉 빵빵”
골목마다 울리는 자동차 소음은 인간에게는 일상적인 배경음이지만, 작은 생명에게는 천둥 같은 충격이다. 우리는 더 빠르고 효율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 산을 깎고 들을 덮었고, 그 과정에서 느리고 지저분하다고 여겨진 생명들은 도시 바깥으로 밀려났다. 길고양이, 비둘기, 벌레들—그들도 도시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지만, 불청객 취급을 받는다.
서대문구 ㅇㅇ동, 사람의 발길이 닫지 않는 사각지대, 말라붙은 흙길과 콘크리트 틈 사이에 작은 상자가 놓여 있다. 플라스틱으로, 비닐로 얼기설기 쌓았지만 제법 튼튼해보이는 고양이 급식소이다. 비닐과 플라스틱을 덧대 만든 급식소는, 누가 보아도 ‘급조’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고양이의 동선과 행동 패턴을 고려한 결과물이다.
저녁 무렵, 고양이 ‘미키’가 그 앞에 조심스레 다가와 머리를 내민다. 회색 고등어 무늬에 경계심 가득한 눈동자를 한 녀석은, 이 동네에서 보호되고 있는 수 많은 고양이 중 하나다.
봄 씨(가명)는 이곳에서 8년째 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캣맘이다. 매일 해 질 무렵이면 그녀는 급식소 앞으로 나선다. 고양이들이 ‘고기밥’을 먹으러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이다. 밥을 주는 일만이 아니다. 아이들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혹시 모를 테러 위험에 대비한다. 그녀는 고양이들을 지키는 일에 '시간'과 '눈'을 함께 보태고 있었다.
"캣맘에게 편한 자리는 없어요."
사유지에 급식소를 놓으려면 인근 주민들의 시선을 살펴야 하고, 매번 민원에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건물주의 허락을 받는다는 철칙 아래, 주변 청소까지 도맡아 진행한다. 그래야 급식소를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식소를 지키기 위해 봄 씨는 인근 건물주에게 편지를 쓰고, 케이크를 선물하며 동네 어르신들에게 떡과 음료를 건넨다. 반장에게는 쓰레기봉투를 전달하고, 동네 주민과 소통하며 긴밀한 관계를 맺어간다.
"허락 없이 밥그릇 놓으면 안 되거든요. 다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해요.이해를 구하기 위해 청소도 도맡아해요. 그러지 않으면 나쁜 마음을 품고 민원을 제기하니까."
그렇게 그녀는, 도시의 틈바구니에서 '보이지 않는 책임'을 감당한다. 인간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에, 매일같이 ‘설득’과 ‘간청’과 ‘청소’로 점철된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태어난 것도, 사라진 것도 기억하지 못할 생명에게, 오늘도 그녀는 조용히 고양이 밥을 준비한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는 이유 하나로, 그녀는 종종 민원의 대상이 된다. ‘고양이 키울 거면 집에서 키우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민원은 대체로 불편감 혹은 혐오감에 의한 성토로, 고양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았다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고양이를 위한 작은 밥상이 어떤 이에게는 불쾌한 풍경이 되는 도시. 그 사이에서 캣맘들은 매일같이 '설득'이라는 이름의 전쟁을 치른다.
길고양이 돌봄은 민간의 손에 떠넘겨진 ‘보이지 않는 복지’다. 지자체는 TNR 예산을 배정했지만 해마다 예산은 줄고, 행정은 더뎌진다. 현장의 돌봄은 캣맘 개인의 노동력과 주머니 사정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겨우 3년. 겨울이면 얼어 죽고, 여름이면 병들어간다. 죽은 고양이들은 대부분 묻히지 못한 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미미가 죽어 있는 걸 처음 봤을 때, 그 충격은 말로 할 수 없었어요. 어떻게 처리하냐고요? 병원에 가면 키로그램당 비용을 내고 단체 화장을 해줘요.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요.”
오늘도 수많은 생명들이 인사도 없이 태어나고, 인사도 없이 사라진다. 아무도 묻지 않지만, 누군가는 그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고, 익명 속에서 조용히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도시의 틈새, 바닥, 울타리 아래에는 누군가의 발길이 머무는 작은 세계가 있다. 그곳에서 고양이들은 오늘도 밥을 먹는다. 그리고 봄 씨는 조용히 주변을 정리한다. 다음 밥시간까지,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면서.
※ 이 글은 서대문구 ㅇㅇ동에서 활동 중인 캣맘 봄 씨와의 동행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