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점 158 | 신촌 헌 교보문고 '공씨책방'
글&사진 @seodaemun.9 가게. 공씨책방
신촌이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그곳에서 부조리한 세상을 밝혀줄 지식을 나누었다. 헌법보다 공포가 먼저 작동하던 시절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거리에 나와 싸웠다. 한열이를 살려내라, 한열이를 살려내라 외침이 공기를 채웠다.
공씨책방은 1972년에 문을 열었다. 경희대 앞에서 시작해 청계천과 광화문을 거쳐 1991년 신촌에 자리를 잡았다. 신촌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와는 조금 비껴나 있었지만, 책방을 드나들던 학생들 품 속에도 비슷한 종류의 불씨가 있었을 것이다. 책을 고르던 손에서 손으로, 입 안에 담아두었던 말들이 조용히 이어졌을지 모른다.
공씨책방은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떤 책을 펼치면, 지금은 누군가의 엄마 혹은 아빠가 되었을 이의 밑줄을 발견한다. 빽빽한 서가 사이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책 제목을 훑다 보면 그 시절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나누었을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의 책들은 한 번씩 다른 삶을 통과해 온 것들이다.
2016년 10월, 공씨책방은 사라질 위기에 쳐해 있었다. 건물을 매입한 새 건물주가 임대료를 크게 인상하며 기존 조건으로는 더 이상 머물 수 없다는 통보를 했다. 공씨책방을 지키고 싶었던 한 인물이 당시 서울시에 편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는 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그 이후 어떻게 위기를 넘겼는지 뭍고싶었지만 사장님은 조용히 인터뷰를 거절하셨다.
지금의 공씨책방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가진 공간은 아니다. 무쇠를 녹일 만큼의 뜨거운 에너지는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한때 서점이 맡고 있던 생각과 감정의 교환은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여러 경로로 나뉘어 흐른다. 그 사이에서 공씨책방은 자기 속도의 온기를 유지하고 있다. 쉽게 식지 않는 방식으로 남아 있다.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112-5
위치ㅣ창서초등학교 가기 전!
시간ㅣ매일 10:30 ~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