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우리 집의 소풍김밥 스타일

서대문구점 157 | 영천시장 분식집 '현이네 김밥'

by 서대문구점

글&사진 @seodaemun.9 가게. 현이네 김밥


여기이가게_현이네김밥.jpg


우리 동네 한옥 서점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에서는 번개 모임이나 독서 모임, 작은 강연이 자주 열린다. 집에서도 가깝고 사장님도 허물없이 놀러오라고 해주셔서 나도 종종 들른다. 그럴 때면 모이는 사람들이 김밥이나 빵 같은 간단한 요깃거리를 하나씩 사서 온다. 그곳에서 처음 먹어본 김밥이 있었다.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 김밥이었다. 집에서 싸준 김밥처럼 오밀조밀했고 밥 간이 잘 되어 있었다. 야채와 재료의 비율도 좋았다. 요즘 김밥은 부피를 키우기 위해 당근을 잔뜩 넣거나 속을 화려하게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 김밥은 그런 과장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물었다.

제목 없음.jpg
현이네 김밥-10.jpg


“사장님, 이 김밥 어디서 사셨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했다.


“영천시장 어딘가에서 사왔는데….”


시장 안 가게 이름을 정확히 외우는 경우가 많지 않다. “시장 반대편 입구 쪽 어딘가”라는 설명만 남았다. 나도 그 김밥집을 한번 찾아보고 싶어졌다.


현이네 김밥.jpg
현이네 김밥-7.jpg
현이네 김밥-5.jpg


며칠 뒤 영천시장을 한 바퀴 돌다가 문득 ‘여기다’ 싶은 가게를 발견했다. 두 평 남짓한 작은 가게였다. 좌석은 세 자리 정도였고, 순대와 어묵, 비빔국수를 함께 파는 소박한 분식집이었다. 가게 안에는 두 분의 사장님이 계셨다. 누가 ‘현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분 다 현이처럼 살뜰하게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챙겼다.


나는 김밥과 비빔국수를 포장 주문했다. 날씨가 조금 쌀쌀했던 날이었다. 김밥을 싸주시는 동안 어묵을 하나 건네주셨다. 기다리는 동안 출출할까 봐라며 서비스로 주신 것이다. 시장에서 가끔 마주치는 종류의 친절이었다.


가게 안은 작지만 분주했다. 두 분의 사장님은 번갈아 김밥을 말고 어묵을 건져 올리고 손님에게 말을 건넸다. 시장 가게들이 그렇듯 대화는 짧지만 정이 묻어 있었다. 포장 봉투를 건네며 “따뜻할 때 드세요”라고 한마디 덧붙이신다. 기다리는 손님에게 어묵 하나를 건네는 것도 그 집의 자연스러운 리듬처럼 보였다.


현이네 김밥-4.jpg
현이네 김밥-8.jpg
서비스로 주신 어묵 한 줄과 따로 또 챙겨주신 요구르트


그래서인지 이 가게를 떠올리면 음식 맛만 생각나지 않는다. 가게 안 공기와 손놀림, 짧은 말들이 함께 기억난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게다. 지금도 점심이 되면 가끔 생각난다.


아, 그리고 하나 더.


현이네 김밥은 매주 수요일 휴무다.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191

위치ㅣ땅스부대찌게 옆에 있어요!

시간ㅣ매주 수요일 휴무



매거진의 이전글판타지 동화세계의 문을 열어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