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동화세계의 문을 열어보고서

서대문구점 156 | 연희동 동화 속 찻집 ‘환상소설집’

by 서대문구점

글&사진 @seodaemun.9 가게. @strangenewsfromanotherus



“현실은 낮에 꾸는 꿈입니다.”
팟캐스트에서 들은 어느 박사의 말이 오래 남았다. 꿈을 꾸는 뇌는 밤에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낮에도 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정서를 상영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현실은 결국 낮에 꾸는 꿈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꿈이 많다”, “현실을 살라”고 말하는 일은 어쩌면 무효한 지적일지도. 그저 그의 현실이 조금 더 풍부할 뿐이다.


‘환상소설집’은 희곡 서점 ‘인스크립트’가 머물렀던 자리에 들어선 찻집 겸 소설집이다. 사장님이 살아오며 발견한 환상의 장면과 소품들을 차곡차곡 모아둔 공간이다. 맥시멀에 가까운 밀도지만, 억지로 채운 느낌은 아니다. 사장님은 어디를 가든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씩 데려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쌓였다고 했다. 물건들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공간 안에서 조용히 서로를 거든다.



사장님의 이력도 이 공간만큼이나 굴곡이 있다. 해방촌에서 친구와 카페를 했고, 코로나 전에는 삼각지에서 찻집을 운영했다.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잠시 멈췄다가 다시 지금의 자리로 돌아왔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대문과 마포 일대에서만 살아온 그는 연남, 홍대, 이대, 신촌의 변화를 오래 지켜본 사람이다. 동네의 흥망성쇠가 몸에 축적된 듯한 시선이었다.

원래는 영어 번역 일을 했다. 하지만 AI가 등장한 이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차였다.


“차 내리는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애써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문장에는 불안을 밀어내는 사람의 솔직한 결이 묻어 있었다. 그 점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꼼꼼하고 귀여운 메뉴판


사장님은 어릴 때부터 혼자 그림 그리고 책 읽는 시간을 좋아했다. 특히 판타지를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매장의 책 DP는 계절처럼 바뀐다. 봄을 준비하며 선반을 다시 손보고 있었고, 지금 매장의 공기는 스스로 말하듯 ‘겨울책’에 가까웠다.


단골의 풍경도 인상 깊다. 책을 읽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책갈피를 꽂아두고 가는 손님이 있다. 수원에서, 일산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생겼다. 작년 7월 문을 연 가게는 곧 첫 봄을 맞는다. 최소 2년은 이 자리에서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2층이고 평수가 넓은 편이라 바깥에서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점은 아직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환상소설집의 단골이라는 가수 '김뜻똘'의 싸인 앨범
손님께서 남기고 가신 메모


무엇보다 그는 조용히 책 읽는 시간을 더 잘 품는 공간을 꿈꾼다. 지금은 자리가 조금 좁아 편히 머물기 어렵다는 생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책방과 카페를 함께 하려 했지만 급하게 문을 열며 카페부터 시작했다. 올해는 정식으로 책방 등록을 갖출 계획이라고 했다.


'객기'나 '서울무궁화', '지벨' 등 주변 가게를 하나씩 언급하며 주면 가게들과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는 사장님. 앞으로도 오래 볼 수 있는 가게가 되었으면 한다.



환상소설집 @strangenewsfromanotherus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07-1

위치ㅣ동네의 자랑 쿳샤 반대편

시간ㅣ12:00 - 18:30 (목,금 17:30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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