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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덕준 Nov 03. 2016

세이렌

서덕준




당신보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난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음성은 없던 바람에서도 빛깔을 느끼게 했다가,

가끔 눈물겹게도 했다가,

혹은 나의 기승전결을 모조리 뺏어버리기도 했다.


나는 은, 는, 이, 가처럼

당신 옆에 나를 지웠다가 다시 썼다가

그리고 당신의 숨소리에 섞인

음성의 사금을 몇 줌 훔치다가

그 목소리에 내 주파수를 맞춰도 보다가 문득,


이 목소리로 내 이름 한 번만

나긋하게 불러주면 나는 더 바랄 것 없겠다고,

내가 다 침몰해도 좋겠다고.




/ 서덕준, 세이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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