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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덕준 Nov 25. 2016

꿈에

서덕준




뛰어내리면 어느 낯모를 엽서가 사랑을 속살거릴

그런 자주색 세상의 절벽 끝에서 꿈에

나는 너의 쇄골에 귀를 대고 등을 쓰다듬고 너는

잃어버린 악보를 숨결로 연주하고 우리

왠지 짙은 사랑을 할 것만 같고 꿈에

너의 체온이 실화였으면 하고

너는 올이 촘촘한 감청색 스웨터, 테가 굵은 검정 안경

나는 전설처럼 그 품에 와락 안겨있고 꿈에

바람에 꽃들이 허공으로 나귀를 타고

꿈은 이렇게 서툴고

너의 머릿결과 호흡을 다 외우고 싶은데 우리

흑백이 되고 네가 없어지고 내가 저물고 꿈에

나는 마침표처럼 안녕을 말해야 하는데

지독하게 아름다운 그 꿈에.




/ 서덕준, 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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