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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덕준 Jun 06. 2022

애틋한 월담

서덕준


깊은 꿈에 당신이 월담해요.

늪의 밀도처럼 끈끈한 꿈

당신이 따가운 문장으로 적힌 그 꿈의 대본.

찢긴 페이지 사이로 도망쳐 나와

마른 손바닥에 그 애틋한 월담을 필사해요.


당신의 큰 눈, 그 속에 비치는 햇볕의 연못, 잘게 스치는 입술의 마찰과

살갗에 덮인 향기의 토양, 실핏줄의 무늬.


겨울을 건너서

저 깊은 곳에 있던 기온이 뭍으로 올라오는 계절에

꽃의 장마가 저물어가는 날씨에

당신은 나를 월담하고

나는 그런 당신을 기다리고.




서덕준, 애틋한 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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