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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은우 Jun 12. 2024

저는 마약사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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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및 범죄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불편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목에 대한 이해를 위해 재판 당시 받았던 판결문 중 일부를 발췌한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판결

사         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향정)

피   고   인    서은우

판 결 선 고    2024. 1. 18.

범 죄 사 실    2022. 8. *. 필로폰 매수 및 투약

선고형 결정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마약범죄는 사람의 건전한 정신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 중독성으로 인하여 사회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점, 피고인들은 인플루언서로 피고인들의 여러 팬들이나 일반 대중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로서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자백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 서은우는 초범이고, 재활치료 등을 받으면서 단약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 등을 각 참작하는 것을 비롯하여 범행 횟수와 양 등 여러 양형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최근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다. 얼마 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마약중독자와 중독자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회복지원가 양성과정에 지원하였는데 감사하게도 참여할 기회를 주셨고, SNS를 통해 합격 소식을 알린 것이 계기가 되어서였다.

내용은 매체 특성상 완곡하게 표현되었지만, 나의 이야기들이 잘 담겨있다.


<서민재 "마약중독 치료, 혼자서 알음알음"… 회복지원가로 '새 출발'>

감정 소용돌이, 끝없는 죄책감…"잘못 뉘우치고 도움 받은 것 갚아나갈 것"

"저는 제가 사회에 빚을 졌다고 생각해요."
 서씨는 "마약은 많은 것을 파괴한다"며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스스로 성취한 것들을 모두 잃게 한다. 중독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회복을 위한 단계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중한 것들 모두 잃었다"
 서씨는 마약중독자들을 돕는 일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재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진행하는 '회복지원가'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마약 중독자 상담 인력을 양성하는데 목적이 있다. 최근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철학상담전공 석박사과정에도 합격해 진학을 앞두고 있다.

"다시 살아보자" 결심했지만… 방법을 모른다
 마약 사용자에 비해서 중독 전문병원, 재활센터, 입소시설, 회복지원인력 등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서씨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24시간 원스톱 마약류 전화상담 서비스도(문의1342)도 제공하고 있지만 저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며 "많은 분들이 도움을 청할 창구를 찾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신학대학원에 진학하고… 회복지원가에 지원한 이유
 서씨는 "법원 판결을 받고 약물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하러 갔는데 20대 여성이 7명 정도 있었다"며 "대부분 자신을 노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상담 치료 받는 것도 꺼려진다고 했다. 혼자 고립된 중독자들에게 회복지원가로서 활동하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인터뷰 전 나는 일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운동도 하며 나름 평범하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지라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다. 나의 이야기가 또다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라 비난받을 것은 둘째 치고, 부정할 수도 잊어버릴 수도 없는 나를 평생 따라다닐 나의 죄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면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부정적 감정이 나를 침잠시켜 왔기 때문이다.  


 범죄기록증명서를 발급해 등에 붙이고 다니지 않아도 나는 종종 보이지 않는 빨간 줄이 내 목을 감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숨기려 할수록 숨으려 할수록 그 줄은 나를 더 옭아매는 듯했다.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어쩔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그리고 이를 구별하는 지혜도 주소서." 


 이 구절은 자조모임(공통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통의 목적을 위하여 자발적인 비전문적 활동을 함으로써 집단 성원 개개인이 도움을 얻는 모임)**에서 인용하는 것인데, 나에게 있어 이미 일어난 과거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성장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직면하고 또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어야만이 스스로를 구속시키는 이 올가미를 벗어나지는 못할지 언정 느슨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인터뷰에 응했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근본적 이유 역시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함일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 혹은 그럴 위험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그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궁극적 결과일 것이다.

 



출처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61015531942117

**한국심리학회 심리학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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