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재능이다
1년 전 출간한 책이 5쇄를 향해가고 있고 그 뒤 마음이 맞는 분들과 공저라는 이름으로 책을 한 권 더 써서 현재 2권의 저자가 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질문하곤 합니다.
'타고난 글쓰기 재능이 없는 내가 계속 글을 써도 될까?'
그럴 때마다 들춰보는 책이 있습니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입니다.
마음이 아프면 마음 상담소를 찾아가듯 글쓰기 자존감이 떨어질 때면 약 찾듯이 손에 쥐게 되는 책입니다.
여기에서 은유 작가님은 재능이 없으면 글쓰기를 그만두어야 하냐는 독자의 질문에 몇 가지 사례를 들어줍니다.
첫 번째로 김중미 작가가 쓴 에세이 <존재, 감>을 예로 들어주는데요.
김중미 작가는 강연에서 청소년을 만날 때마다 늘 "어떻게 작가가 되셨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그때 이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저는 어떻게 작가가 되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사람의 삶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사람의 삶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중미 작가의 말을 은유 작가님은 이렇게 풀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사람의 삶을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 글을 쓰게 한다. 즉 그 노력이 우리를 작가로 만들고 작가로 살게 한다고요.
두 번째로 영화 <작은 아씨들> 이야기도 들려주는데요.
언니 메그가 조에게 이렇게 말하죠.
"우리가 읽고 싶어. 우리를 위해 뭐든 써보렴. 세상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고 시도해 봐. 분명히 너한테 도움이 될 거고 우리도 즐거울 거야."
네.. 글쓰기는 다른 사람보다 자신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행위같아요..
세 번째는 영화 <비포 선셋>입니다.
<비포 선라이즈>의 후속 편이죠.
셀린을 처음 만나고 10년 후 소설가가 된 제시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날 우리의 하루를 기억하고 싶어서 글을 썼다고요.
영화 속 제시 또한 남다른 재능이 있어서 글을 쓴 게 아니라 나와 우리를 위해서 썼다고 고백합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인생 첫 책은 후배들을 위해 쓴 내용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제 스스로를 더 구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글쓰기의 출발은 소박합니다. 은유 작가님 또한 당신이 살기 위해서 글을 썼다고 하니깐요.
"아 사는 게 참 힘들구나. 고통 속에서도 살아가는 법, 고통이 조금씩 견딜 만해지는 과정을 기록해야겠다. 그러면 이걸 읽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은유 작가님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를 당신은 사소했다고 회상하지만 저에게는 절대 사소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이어지는 다음 문장이 필사를 하고 싶도록 만듭니다.
"글 쓰는 일은 지겹고 괴로운 반복 노동입니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기보다 찬란한 계절에 내가 꽃놀이나 단풍놀이를 안 가고 하루에 대여섯 시간 책상 앞에 앉아서 단어 하나, 문장 하나와 씨름할 수 있는지, 그 고통을 감내할 만한 동력이 있는지를 물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문장들 때문에 은유 작가님 글을 좋아합니다.
글이 허공에 붕붕 떠다니지 않고 현실에 발을 잘 디디고 있기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결국엔 지겹고 괴로운 반복 노동이랍니다. 이 얼마나 뼈 때리는 말인지 몇 번이고 음미하며 읽었습니다.
재능이 없어도 글쓰기를 할 수 있냐고요?
제 생각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이미 재능입니다.
그 재능을 꽃피울 단 하나의 무기는 지겹고 괴로운 반복 노동을 매일 견딜 수 있느냐 하는 것이고요.
글을 쓸 때마다 쫓아오는 자기 의심은 결국 오늘도 손가락을 움직여 글을 써내는 행위에 몰입할 때만 겨우 사라질 테고요. 지금 이렇게 제가 손가락을 움직이며 모든 번민을 몰아내고 있듯이 말이죠.
오늘도 자기 의심을 떨쳐내고 단 한줄이라도 써 내려가고 계신 작가님들을 존경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