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시나요?
요즘 온통 당신 생각뿐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쓰고 싶은 글도
계획하고 있던 책도 있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온통 당신 생각하느라 다른 것에 집중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날씨는 점점 쌀쌀해지는데 당신이 사는 곳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곳인지.. 밤에 춥지는 않은지.. 따뜻한 물은 잘 나오는지.. 점심은 먹을만한지...
주변 동료 중엔 마음을 나눌만한 사람이 있는지.. 행여 일하다 다친 곳은 없는지... 당신의 사장님은 당신을 노동력으로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난 당신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원래 주변 지인들과 크게 벌려 관계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그렇다고는 하지만 몰라도 너무 몰랐습니다.
당신의 친구 찬드라 이야기도 불과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팀으로 배정을 받았으니
우선 이주노동자 당신이 누구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찬드라 씨 기사를 봤습니다.
한국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정신병자로 오인받아
6년 4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갇혔던
네팔인 여성이주노동자 찬드라 씨요..
찬드라 씨는 93년 11월,
동네 분식점에서 라면을 먹었는데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한국어가 서툴러서 주인에게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주인은 찬드라 씨가 무전취식했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던 거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찬드라 씨가 행색이 초라하고 한국인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단순 행려자로 오인했다고 합니다. 결국 찬드라 씨는 경찰서에서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당시 찬드라 씨는 36세였고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 이주 노동자였는데도 말이죠.
네.. 물론 이 시절에는 네팔 사람이 주변에 잘 없기도 했을 테니, 한국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찬드라 씨가 네팔어를 하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겠죠. 하아.. 그래도 어쩜 그럴 수 있었을까요..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번갈아 교체합니다.
비단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토머 언드라시라는 헝가리 사람은 53년 동안 러시아의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다고 합니다.
53년이면 인생 전체 아닌가요?
단순 원인은 그 당시 헝가리어를 못 알아들었기 때문이라고 하죠...
토머 언드라시가 정신병원에 들어갔던 시기는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였고요.
50년이 훌쩍 지나 1999년 말,
병원에 방문한 슬로바키아 출신 의사가 간간히 내뱉는 헝가리어를 알아들어서 헝가리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네.. 모두 이미 한참 지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왜 궁금해지는 걸까요?
지금 어딘가에서도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이름도 모르고
성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
당신의 안부가 요즘 부쩍 궁금해집니다.
"잘 지내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