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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돈 쓰는 곳에 내가 있다

by 서가앤필

1.

난 사람들이 돈을 어디 쓰는지 꼼꼼히 보는 편이다.


소비를 어디에 하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하루 특강으로 방문한 SNPE 센터에서 원장님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어찌나 얼굴에서 광채가 나던지 센터를 운영하는 원장님인지 방금 막 운동을 끝내고 나온 회원인지 분간하기 힘든 정도였다. 땀을 살짝 흘리면서 상기된 표정으로 두 볼이 빨개져 있는데 그렇게 건강해 보일 수가 없었다.


수업을 마치고 얘기할 기회가 생겨 원장님의 과거를 살짝 여쭤봤다. 첫 인상처럼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원래는 대형병원의 물리치료사였는데 척추를 위해서는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SNPE 수업을 받으러 다니다 직접 센터까지 차려 운영하게 되었다고 했다. 원장님은 건강에 대해 아는만큼 보였고 수업을 듣는 회원에서 센터 원장이 되기까지 결국 그곳에 돈을 쓰신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란 자신이 현재 관심있는 곳에 쓰게 된다. 돈과 함께 쓴 시간은 제2의 인생을 살게 해 준다.


2.

시간 쓰는 곳에 내가 있다.


돈 쓰는 곳에 내가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알고 보면 그 돈은 시간인 경우가 많다. 돈이 목적인 사람은 돈이라고 표현하고 시간의 중요성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돈이란 어느 순간부터 이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저녁 쿠팡과 마켓컬리로 먹고 싶은걸 충분히 시킬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가끔 외식할 때면 가격표를 보지 않고 먹고 있다는 생각에 물질적으로는 내가 더이상 원하는 것이 없구나 싶었다. 물론 여행갈 때 1등석을 맘놓고 탈 수 없고 최고급 호텔만을 이용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삶이지 않을까 싶은 이유는, 무거운 명품 가방보다 가벼운 패브릭 가방을 좋아하고 매일 운행하는 차는 출퇴근 짐 싣는 용도의 트럭 목적이면 충분하다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시간의 가치는 다르다. PT 수업을 받아 보겠노라고 맘 먹고 시작했을때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돈보다도 시간이었다. PT수업으로 보내는 퇴근 후 1시간이... 개인운동까지 포함하면 저녁 2시간이 과연 내 인생에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일이냐 하는 것이었다. 돈은 써야하지 않을 곳에 실수로 썼다면 실수를 만회하면 된다. 잠시 다른 곳에 절약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하지만 시간은 다르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시간을 돈 이상의 가치로 두기 때문에 내가 지금 현재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자주 되돌아본다.


3.

<마녀체력>에서 이영미 작가는 지난 13년 동안 트라이애슬릿에 빠져 있다고 했다.


이 책이 나온지가 2018년이니 벌써 7년 전이다. 7년동안 또 얼마나 많은 운동을 하며 다른 종목을 해 왔을지 인스타에서 종종 보아와서인지 난 그녀의 삶이 낯설지가 않다. 7년 사이에 이영미 작가는 출판사 에디터라는 직업에서 운동인이자 전국을 도는 강연가로 바뀐 삶을 살고 있다.


책 속에서 그녀는 10년 넘게 다져온 체력이 단단해진 겉모습과 생활, 성격, 인간관계, 다가올 미래와 꿈마저 놀라울 정도로 바꿔 버렸다고 말하지만 그녀의 글 속에서 난 이영미 작가가 집중하고 몰입한 시간과 돈이 보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나는 마흔 살 이후 체력을 단련하면서 그런 불안과 걱정을 하나씩 해소해 나갔다. 갱년기 증상은 슬쩍 지나갔고, 건강했기에 새치나 노안은 우울한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다. 운동을 하면서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고 한계를 넘어 본 경험을 밑천 삼아 과감하게 전업을 결심했다. 그리고 마흔 시절보다 훨씬 더 강하고 단단한 몸매를 가진 50대로 살고 있다."


- <마녀체력> 서문 중에서 -


4.

결국 인생은 선택의 문제다.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쓰는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면 나는 당분에 운동에 쓸 생각이다. 만약 근력 운동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4년 전, PT 수업을 10회만 받고 '에잇, 나랑 헬스는 안 맞는 것 같아. 그럼 그렇지 난 다시 요가를 하러 가야겠어. 나에게는 요가가 역시 최고야.' 라며 헬스장과 멀어져 버렸다면 지금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아마도 하루종일 책상 앞에서 일하다 몸을 움직일 때면 아이구 아이구를 연발하며 남들처럼 그렇고 그렇게 사는게 최선인 줄 알며 살고 있겠지. 근력의 힘으로 삶이 얼마나 더 생산적이고 밀도 높게 살 수 있다는 것도 몰랐을테고... PT 수업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인생 가장 잘한 투자다.



*관련책 - <마녀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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