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本質)이란

by 서강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

사르트르의 이 말을 들은 후 나는 깊이 사색하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존재하고, 그 존재가 살아내는 방식이 곧 본질을 드러낸다는 것.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향해 움직여왔나.

406일의 필사를 이어오며, 한 성도님 곁에 매일 아침 앉으며, 문득 깨달았다. 내가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남을 위해 살아갈 때였다는 것을. 결국 사람은 남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그것이 나의 본질이었다.


본질이란 끝까지 남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벗겨내고도 여전히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 역할을 내려놓아도, 이름을 지워도, 성공과 실패가 사라진 자리에서도 묵묵히 숨 쉬고 있는 태도 하나입니다.


본질의 원초적 뜻은 "그것이 그것이게 하는 바탕"입니다.

한자 *본질(本質)*에서 *본(本)*은 뿌리이고, *질(質)*은 타고난 결, 속살입니다. 겉잎이 모두 떨어져도 여전히 살아 있는 뿌리의 성질, 바로 그 자리입니다.


서양의 말로 옮기면 그리스어 오우시아(ousia), "존재하고 있음 그 자체". 무엇을 하느냐 이전에 이미 그러한 상태로 있음, 설명되기 전의 존재입니다.


그러니 원초적인 본질이란 의미도, 목적도, 평가도 붙기 전 그저 숨 쉬며 거기 있는 힘입니다. 꾸미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고, 증명하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 것.

말하자면 존재가 스스로를 버티는 중심. 그 중심에서 나다움이 자라고, 삶의 방향이 조용히 결정됩니다.


본질은 목표가 아니라 방향이고, 재능이 아니라 반복입니다.

잘될 때보다 흔들릴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더 가까운 얼굴입니다. 그래서 본질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며 드러납니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성격이 되고, 그 성격이 오래 쌓여 사람 하나의 결을 만듭니다.

나는 무엇을 지키며 살 것인가. 포기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남는 대답, 그것이 본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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