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저녁, 온 가족이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제목은 〈왕과 사는 남자〉였다. 왕이었으나 한 번도 왕으로 살아보지 못한 소년, 단종의 이야기. 팝콘 냄새 가득한 어두운 극장 안으로, 어느 오래된 왕조의 바람이 스며들었다.
태조 이성계가 세운 나라 조선, 개척이라 부르면 웅장하고, 반란이라 부르면 처연한 시작이다. 그 피를 이어받은 아이가 여섯 번째 임금이 되었다. 어머니는 그를 낳고 산후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 세종대왕도, 아버지 문종도 오래 곁을 지켜주지 못했다. 궁궐 한복판에서 천애 고아가 된 아이. 왕관의 무게만큼 그 삶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삼촌 수양대군이 칼을 들었다. 왕위를 빼앗는 일이 역사 속에서 드문 일도 아니었다. 왕조의 피란 게 본디 그런 것이니, 어쩌면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그러나 그래도, 혈육이었다. 어린 조카를 끝내 죽음으로 몰아 강물에 던졌다는 대목에서 나는 더는 역사를 읽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아이를 키워본 엄마였다.
그 아이가 원해서 왕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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