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삐지고, 아이처럼 풀리다
피부과에서 슈링크를 맞고 거울 앞에 섰다.
심술보처럼 축 처져 있던 심부볼이, 무슨 약속이라도 한 듯 제자리를 찾아 올라붙어 있었다. 거울 속 나는 조금 덜 억울해 보였고, 조금 덜 투덜거릴 얼굴이었다.
작년에 미리 결제해 두었던 막내 덕에 이런 호사를 누린다. 자식 덕에 관리받는 날이 오다니, 이 또한 효도라면 효도겠지. 괜히 마음 한구석이 뿌듯했다.
예약을 했지만 기다림은 길었다.
12시 10분에 도착했는데, 마치고 나오니 4시였다. 점심을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계획은 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막내가 리버애니웨어로 부업을 하며 운영하는 숙소를 청소하러 가야 했다. 원래는 청소업체에 맡기려고 했던 일이다. 그런데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청소할 것도 없어 보이는데, 괜히 돈을 쓸 일인가 싶었다.
“뭐 하러 맡겨. 내가 도와줄게.”
그렇게 시작된 청소였다.
청소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우리 집 반려견들 저녁 시간도 맞춰야 한다. 시간은 빠듯하고, 배는 고프고, 마음은 바빠졌다.
그냥 다이어트라 생각하며 굶는 것과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어쩔 수 없이 굶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배고픔이 억울해졌다. 내 안 어디쯤에서 생존본능의 파충류의 뇌가 불쑥 고개를 들었다. 아, 이 하찮은 배고픔 앞에서 사람은 왜 이리도 작아지는지.
청소를 마치고 난 얼굴에
마음속 뿔이 그대로 드러났는지, 막내가 금세 눈치를 챘다.
“화났어?”
씩 웃으며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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