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올리는 데도
타이밍이라는 예의가 필요합니다.
아무 때나 초인종을 누르면,
안에서 욕이 먼저 나오는 것처럼요.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저는 꽤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침이든 밤이든,
생각이 나면 바로 발행 버튼을 눌렀거든요.
새벽 두 시에도 눌렀고,
점심 먹다 말고도 눌렀고,
기분 상하면 더 자주 눌렀습니다.
결과요?
조회수는 늘 저보다 먼저 잠들어 있었습니다.
글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글을 읽을 수 없는 시간에
제가 혼자 떠들고 있었던 거죠.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한밤중에 누군가 찾아와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하면
문을 열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글도 그렇더군요.
아침 7시~9시
출근길입니다.
지하철 손잡이를 붙잡고
한 손으로 휴대폰을 보는 시간.
이때는
짧고
공감되고
오늘 하루를 건너갈 힘을 주는 글
이 잘 읽힙니다.
긴 인생철학은 아직 소화가 안 됩니다.
뇌도 출근 중이거든요.
점심 12시~1시
밥은 먹었고,
일은 하기 싫고,
딱 글 읽기 좋은 상태입니다.
의외로 이 시간엔
조금 긴 글도 잘 읽힙니다.
마음이 가장 중립적인 시간이니까요.
저녁 8시~10시
여기가 진짜입니다.
브런치의 본게임 시간.
하루를 다 버텨낸 사람들이
침대에 기대
“오늘은 좀 누가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엽니다.
이 시간엔
솔직한 글
인생 이야기
가족, 상처, 회복 이야기
가 오래 살아남습니다.
조회수도, 공감도 이때 붙습니다.
토요일 새벽?
사람들은 아직 자고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
이미 마음은 월요일에 가 있습니다.
주말엔
토요일 오전 10~12시
일요일 밤 9시 전후
이때가 좋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나’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시간보다 중요한 건 습관입니다.
매번 다른 시간에 글을 올리면
독자는 기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 글은 늘 이쯤 올라와”
가 되면,
독자는 기다립니다.
기다림이 생기면
조회수는 따라옵니다.
마치 단골 식당처럼요.
필사는 아침 8시 전후로
올릴 시간을 먼저 정하고
그 시간에 맞춰 글을 준비했습니다
그랬더니
조회수보다 먼저
독자의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브런치에서 조회수가 오른다는 건
글을 많이 썼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들이 깨어 있는 시간에
조용히 말을 건넸다는 뜻입니다.
오늘 밤,
불 켜진 시간에
문을 두드려보세요.
이번엔
안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릴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