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언어의 한계를 짓는 돌멩이 하나를 걷어낸다. 하루에 하나씩 걷어내다 보니 어느덧 30개를 걷어내고 있다. 언어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는 것, 누구나 알지만 쉽게 잊는 진실이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독일까, 약일까? 거울 속의 나에게 질문해 본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한다. 잘 사용하면 약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된다. 그 독과 약의 경계에서 나는 매일 충돌한다.
어둠이 걷히면 어김없이 해가 뜬다. 세상 이치다. 해가 뜨면 저마다 바삐 움직인다. 해는 "일어나", 달은 "어서 자"라고 속삭이는 자연의 자명종이다.
남편과 만 5년 열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5년 중 2년은 편지를 주고받았다. 요즘 말하는 "롱디",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 주는 특별한 로맨스였다. 연애편지를 쓸 때면 세상에 존재하는 좋은 말만 끌어온다. 연애편지를 받아도 세상에 존재하는 좋은 말들이 가득 들어있다. 그 말들이 진짜인 줄 알고 속았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다. 웃음 뒤에 숨은 쓴맛을 알게 된 것은 삶의 또 다른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다.
아들 군 복무 중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편지를 보냈다. 사랑과 애틋함을 듬뿍 담아서... 그 시간은 내게 다시 언어의 힘을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 편지는 쓸 때도, 받을 때도 설레는 마음은 동일하다. 그 설렘이 진실이라는 것을 다시 배워가는 중이다.
글도, 편지를 쓰듯이 적으면 글을 쓰는 사람도 설레고, 글을 읽는 독자도 설렐까? 이 물음은 내게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온다. 글쓰기를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남편에게 연애편지를 쓰던 마음으로 편하게 써보자, 마음먹어본다.
창밖으로 보이는 저 멋진 풍경을 화폭에 담고 싶다.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림에는 잼뱅이라 그냥 눈에 담아 두기로 한다. 그림은 그리지 못해도, 글로는 그 풍경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언어라는 붓으로 멋진 풍경을 그려본다.
오늘도 나는 내 언어의 한계를 짓는 돌멩이 하나를 조심스럽게 걷어낸다. 그렇게 30개의 돌멩이를 걷어냈다. 이제 남은 돌멩이들은 얼마나 될까?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하루에 하나씩, 천천히 걷어내다 보면 언젠가 내 마음의 길은 맑은 시냇물처럼 투명해질 테니까,
언어는 마음의 지도다. 그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때로는 험한 산길도, 때로는 평화로운 들판도 만난다. 매일 조금씩 서두르지 않고 내 언어의 지도를 그려간다. 독이 아닌 약이 되는 말들로, 나와 당신의 마음을 이어가는 다리를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