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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간의 갈등, 원초적 본능

우물 밖 세상과의 소통

by 서강


하늘이 흐려지더니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다. 안개가 자욱한 창밖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 시어머니 생각이 스며든다. 대화를 시도할 때마다 시어머니는 그것을 말대꾸로 여겼고, 우리 사이엔 소통 대신 불통만이 자리 잡았다.


"고집 불통." 이 단어가 내 입술을 맴돌았다. 시어머니의 확고한 신념은 고부간의 갈등을 점점 더 깊게 만들었다. 그녀의 세계 속에서 며느리란 그저 시키는 대로,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존재로 자리 잡혀 있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의 좁은 세계에 갇혀 살던 그 시간들이 떠오른다. 시어머니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고, 피할 방법만 찾았다. 세월이 흘러 나도 곧 시엄마가 된다. 내 며느리와는 불통이 아닌 소통으로 지내리라 다짐한다.


신념을 가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신념이 너무 확고해서 세상의 소리를 듣지 않으려 한다면, 우리는 마치 무인도에 혼자 사는 것처럼 고립되고 만다.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나는 그 누구보다 소통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너무 곧으면 부러진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다. 단단한 나무도 바람이 불면 휘어지는 법. 삶은 적당한 유연성을 요구한다. 자신의 신념에 너무 사로잡히면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막게 되고, 결국 대화는 단절된다.


인간은 대화하는 동물이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굳게 믿을 때, 우리는 세상과 단절되고 마음은 점점 부정적으로 변해간다.


사물과 소통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오늘을 살아내리라 다짐해 본다. 우물 밖으로 나와 넓은 세상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때로는 굽히고 때로는 지키는 삶의 지혜를 실천하리라, 상처받았던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더 너그럽고 열린 사람으로 만들었다. 고집이 아닌 이해로, 불통이 아닌 소통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으니. 흐린 하늘도, 맑은 하늘도 모두 내 마음의 풍경이 될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KakaoTalk_20250324_074557135_01.jpg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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