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MZ세대

MZ세대에게 배우다

by 서강


네일숍 원장을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요즘 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말도 또렷하고, 손놀림도 야무졌다. 그런데 손톱을 다듬는 짧은 시간 동안 그녀는 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피아노를 배우다 그만뒀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대학도 포기하고 바로 기술을 배운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건넸다. 피아노를 그만둔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이 조금 낯설게 들렸다. 나는 무언가를 포기한 후엔 늘 뒤늦은 후회를 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네일숍을 운영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은 대학 강의도 나가고, 일반인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있단다. 내가 묻지 않았으면 말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이야기다.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다시 공부하고 싶지는 않았냐’고 물으니, 그녀는 조금 망설이다가 말했다. 법 공부를 해서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단다. 사랑 이야기를 듣는 게 좋고, 논리 정연하게 말하는 것이 멋있어 보여서 해보고 싶단다. 그 말에 엄마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자기 욕망을 그렇게 단정하게 말하다니 대견했다.


기성세대는 MZ세대를 걱정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 나이에 그렇게 살지 못했다. 내 삶의 한 조각을 그 젊은 친구의 말에서 비춰보게 된다. 미련 없이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고, 또 다른 길을 꿈꾸는 그 자세가 어쩐지 단단해 보인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삶의 방향을 잡고 있는 모습. 오늘 나는 네일보다 사람을 더 오래 들여다보고 나온 것 같다.


KakaoTalk_20250521_140758240.jpg


네일숍은 마침 1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문 앞에는 작고 귀여운 추억의 뽑기 함이 놓여 있다. 손님이 직접 뽑기를 하고, 등수에 따라 작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을 받게 되는 방식이다. 어릴 적 문방구 앞에서 뽑기 하던 추억 소환으로 짧은 시간 동심으로 돌아갔다. 그 작은 이벤트 하나에도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 공간을 꾸려가는 방식, 참 배울 점이 많다. 나는 5등을 뽑아서 마스크팩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 젊은 친구는 단지 기술을 익힌 사람이 아니다. 어느새 손님과의 관계를 기억하고, 공간을 기획하며, 일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 있다. 어쩌면 나는 오늘, 손톱을 정리하러 간 것이 아니라, 정신을 다시 다듬고 돌아온 셈이다.


MZ세대는 감이 빠르고, 말이 명확하며, 자기가 원하는 것을 꽤 정확히 안다.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 좋은 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틀을 벗고 자기 할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가 꼭 두려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조금 늦게 철이 드는 대신 조금 더 깊게 생각하게 되는 세대였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나는, 아주 젊은 선생에게 한 수 배웠다.

매거진의 이전글리액션 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