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부자

by 서강


아침 햇빛이 스미는 독서모임 후 티타임. 우체국장 정년퇴직 후 새 인생을 사는 회장님이 곁에 앉아 조용히 말을 건넨다. "김종원 작가의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필사를 끝냈어요. 덕분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 말에 심장이 한 번 크게 울렸다. 내 귀를 의심했다.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 회장님이 스스로 하신 거죠."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가슴은 이미 따뜻한 물결에 젖어들고 있었다. 작은 씨앗이 어느새 싹을 틔운 것처럼, 내가 시작한 필사의 물결이 누군가의 세계를 흔들었다는 사실이 가슴 깊이 밀려왔다.


나는 리액션부자다. 그것은 내게 주어진 작은 재능일지도 모른다. 감사한 것, 좋아하는 것에 진심 어린 반응을 보이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참 표현을 잘한다"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아들이 엄마의 리액션에 찐 웃음을 보낼 때가 많다. 그 때문일까. 상대방도 그런 표현을 해주면 감사함이 두 배로 다가온다.


받는 것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큰 이유는 그 사람의 리액션을 상상하며 준비하는 시간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선물을 고르고, 포장을 하고, 그 순간을 그려보는 시간. 그러나 때로는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을 때 살짝 실망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표현은 멈추지 않는다.


회장님의 말을 듣는 순간, 눈앞에 작은 물결이 계곡을 지나 강을 이루는 장면이 그려졌다. 내가 시작한 필사의 여정이 다른 이의 세계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표현은 할수록 빛난다. 마치 별이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나듯, 우리의 감정도 표현할 때 더욱 선명해진다. 작은 필사의 시작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그 영감이 또 다른 누군가의 세계를 넓히는 물결이 된다. 돌아오는 길, 거리의 나무들이 유난히 초록빛으로 눈부셨다. 내가 준 것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아 돌아오는 날이었다. 어쩌면 진정한 표현의 힘은 주는 것과 받는 것의 경계를 허무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https://youtube.com/shorts/uUwG8eiV5JM?si=ZM-Ga82_FdC5Lpt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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