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진정한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는 중입니다.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우는 중입니다

by 서강


며느리는 힘든 속내를 조심히 내어 놓았다. 마음 한편이 젖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는 듯해, 며느리 입장에서 아들의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꾸짖었다. 귀는 둘, 입은 하나, 양쪽 말을 다 들어보고 한 입으로 말을 해야 했다. 아들은 말 보다 숨이 먼저 흔들렸다. 참았던 말들이, 억울함이, 고요한 숨결 속에 숨어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누구의 편을 드는 일이 아니라 두 마음 사이에 스치는 바람의 결을 느끼는 일이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너무 서둘렀고, 한쪽으로 기울었다. 말과 말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했다.


어른은 말없이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고, 눈을 맞추며 아물지 않은 마음을 다독일 줄 아는 사람이다. 참된 어른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둘 다 다치지 않도록 품을 내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품이 모자랐음을

먼저 알아채는 사람이다.


결혼이란 사랑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서로의 다름을 끌어안는 퍼즐이다. 연애는 꽃이고, 결혼은 뿌리다. 우리 아이들이 뿌리 깊은 삶을 살아가길 바랐지만, 나는 그 흙을 덜 골라주었다.


13년 연애 끝에 한 달 전, 결혼은 했지만 삶의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변한 건 서류 한 장과 호칭뿐이다. 익숙함 속에서 생긴 낯섦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지금, 나는 어른이 되기 위해 다시 배우는 중이다. 미안함 앞에 서서, 부끄러움 앞에 멈춰 서서, 조용히 마음을 펴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다. 어른다운 어른 수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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