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친구 결혼식을 다녀온 막내가 현관을 들어서다 잠시 발걸음이 멈춘다. 눈이 커진다. "엄마, 집이 궁전이 됐네." "나는 열심히 해도 이 정도는 안 되던데…"
거실 테이블 위에서는 물티슈와 리모컨과 머리끈이 뒤엉켜 춤을 추면서 나를 향해 웅성거린다. "이쯤에서 정리를 한번 하셔야죠" "그래 알았어, 지금부터 정리 들어간다."
쓰레기봉투를 꺼내고, 이불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처리했다. 이마에 땀이 맺히는 것도 잊은 채 주말을 온전히 공간을 확보하는 데 투자했다. 갈길을 잃고 헤매던 물건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다. 정리된 집을 보면서 희열을 느꼈다.
막내는 잠시 휴직하면서 새로운 일을 준비하느라 집에 머무는 날이 많다. 자연스럽게 막내가 집안일을 도우고 있다. 하지만 막내가 열심히 청소하며 정리한 집은 항상 너저분하다. 집기들이 여기저기 나와 있고, 물건들이 갈 곳을 잃은 채 서성인다.
막내는 '정리'는 서툴지만, 세세한 곳 청소를 잘한다. 냉장고 김치통 뚜껑 모서리에 붙은 얼룩, 욕실 세면대 배수구에 엉킨 머리카락, 창틀 사이사이에 낀 회색 먼지까지. 내 눈이 지나친 영역에 막내의 손길이 있다. 어느 날 냉장고를 열었을 때 김치통들이 반짝였다.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거울에 물때 하나 없이 내 얼굴이 또렷하게 비쳤다. 창가에 앉았을 때 햇빛이 먼지 없는 유리를 통해 깨끗하게 쏟아져 내렸다.
정리는 나의 방식으로, 청소는 막내의 방식으로 집은 안정을 찾고 있다. 생각해 보니, 전문 분야가 각자 다르다. 나는 숲을 보고, 막내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어루만진다. 이 집은 우리의 다름으로 지어진 작은 궁전이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누군가의 부족함은 누군가의 손끝에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더는 빈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어쩌면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모자람을 지적하기보다 서로의 잘함으로 덮어주는 사이, 그 다름으로 즐거운 나의 집이 탄생한다.
오늘도 막내는 세면대 배수구를 들여다본다. 나는 거실 테이블 위를 정리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집은 그렇게 우리의 손길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