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작 전, 책상 위는 작은 잔칫상이 펼쳐졌다. 부침개, 김밥, 오징어무침, 옛날과자까지 각자 자리를 지키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식다 삼매경에 빠진 우리는 호호하하 먹으랴 말하랴 바쁘게 입을 놀렸다. 나는 부침개를 집어 한입 베어 물었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순간, 황홀감과 동시 느껴지는 허전함.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 오른쪽 끝에 있는 간장 봉지를 발견했다. 부침개를 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는 순간, 마주 앉은 분이 말했다. "여기 간장 있는데요." 순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대답. "아, 저쪽 간장이 더 맛있어 보여서요."
그 순간, 열여덟 소녀처럼 웃음이 터졌다. 깔깔거림이 파도처럼 번져 강의실을 감쌌다. 사소한 것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 순간적인 순발력에 스스로 놀랐다. 간장은 애초부터 거기 있었다. 단지 내가 보지 못했을 뿐이다.
뒷 날 사무실에서 서류 작업을 하던 중, 문득 간장 사건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고, 혼자 실실 웃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또 웃었다. 이상하게도 그날의 간장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왜 사람은 가까운 걸 보지 못할까? 눈앞의 간장처럼,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지나치고, 매일 걷는 길의 풀꽃을 외면하며, 손안에 들어온 작은 기쁨조차 더 멀고 더 그럴듯한 어딘가를 향해 애써 살아간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볼 수 있는 거리, 내가 이미 품고 있었던 것들, 그날의 간장은 여전히 입가에 웃음처럼 남아 있다.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되짚는 작은 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