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62
226일째 아침, 나는 다시 펜을 들었다.
필사를 시작한 지 200일이 지나자 무언가 달라졌다. 생각의 문이 스르르 열리며 깨달음의 세계로 첫발을 내디뎠다. 300일이 되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가슴이 뛴다.
아침마다 필사 내용을 나누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매일 그렇게 꾸준히 하는 모습이 부럽다."
그녀의 목소리에 묘한 떨림이 있었다.
"나도 뭔가 하나는 꾸준히 해야겠어. 부러운 마음에서 실천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어."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드디어 그녀가 마음을 낸 것이다.
무게도 없는 마음의 무게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마음 내기가 참 어렵다. 하지만 마음을 내는 순간, 내가 바뀌고 내 앞에 펼쳐지는 세상이 바뀐다. 그걸 너무 잘 아는 마음이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지인 앞에 펼쳐질 새로운 세상이 기대된다.
루틴을 꾸준히 지킨다는 것은 고행의 길이다. 100일이 고비였다. 100일이 지나자 습관이 되었다. 200일이 지나니 생각의 문이 열렸다. 300일은 어떤 세계가 또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미세먼지가 방해하는 아침, 나는 1층으로 내려갔다. 해의 광선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기다리기라도 한 듯 해와 나는 두 팔 벌려 서로를 껴안았다. 온기가 온몸 구석구석 스며든다.
내가 바뀌니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바뀐다. 미세먼지를 기피하지만, 미세먼지 덕분에 맑음이 주는 의미를 더 크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필사를 통해 글자 하나가 주는 의미를 깨닫는 맛이 좋다. 어제는 "담다"라는 단어에 꽂혔다. 흔하게 사용하는 말인데, 깨닫기 전에는 별생각 없이 되뇌었다.
멋진 풍경이 카메라에 제대로 안 담기면 "눈에 담아 가자"고 한다. 내가 사용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하고 깨달음의 원천이 된다. 단지 나의 사고의 수준이 낮았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뇌는 끌어당기고 있다. 나의 사고 수준을 높이기 위해 독서와 필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말을 들어도 듣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깨달음은 다르다. 깨닫기 위해서는 사고 수준을 높여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편견을 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그럴 때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걸 느낄 수 있다.
필사 226일째 아침, 나는 펜을 놓고 창밖을 바라본다. 마음을 낸 지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의 새로운 시작이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궁금하다.
마음을 내는 순간, 세상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