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64
차 키를 돌리는 순간, 문득 생각했다. 이 차는 정말 내 것일까?
몇 년 후면 폐차장으로 갈 것이고, 어쩌면 중고차 시장에서 낯선 이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다른 가족이 그 방에서 잠들 것이다. 옷장 속 옷들, 서랍 속 반지, 지갑 속 카드들까지. 모든 것이 흘러간다.
부모라는 타이틀이 씌워지는 순간 우리는 착각한다. 자식이 소유물이라고.
"너는 내가 낳았으니까 내 말을 들어야 해." 이런 말을 하는 순간, 관계는 삐걱거린다. 자식은 물건이 아니다. 독립된 존재다. 간섭이 사랑이라고 믿는 부모와, 자유를 원하는 자식 사이에서 마찰이 생긴다.
그렇다면 진짜 내 것은 무엇일까?
주민등록증을 꺼내 본다. 내 이름, 내 주민번호.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 이것만이 온전히 내 것이다.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빼앗을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붙잡으려고 숨차게 달려왔다.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많은 돈. 그런데 정작 내 안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못했다. 운명이 건네는 작은 신호들을 놓쳤다.
파란 하늘이 강물이라는 거울을 들여다본다. 강물의 속도는 평소보다 느리다. 하늘과 산 강물 바람도 휴일을 즐기나 보다.
햇살이 뺨을 스친다. 눈부시지만 따뜻하다. 이 뜨거운 빛을 나누기 위해 태양은 자신을 불태우고 있을 것이다. 소유하려 했던 것들을 내려놓는다. 대신 지금 이 순간을 껴안는다. 거창한 계획이 아닌, 소소한 여유를. 바람이 머리카락으로 기분 좋게 얼굴을 간지럽히는 느낌을 즐긴다. 진짜 내 것은 이 순간의 평화로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