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65
월요일 아침, 사람들의 얼굴이 무겁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 속에서 강가의 나무들만 홀로 생기를 띤다. 1년 전 그 자리에 심어진 앙상한 가지들이 이제는 제법 큰 그늘을 만들어 산책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아파트 마당 한구석, 작은 주말농장이 있다. 처음 씨를 뿌릴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졌다. 손바닥만 한 화분에서 시작된 방울토마토가 어느새 사람 키를 넘어서고, 호박 넝쿨은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 제 멋대로 열매를 매달았다.
작은 씨앗이 이렇게까지 자랄 줄 몰랐다. 토마토는 빨갛게 익어가고, 호박잎은 손바닥보다 커져서 뜨거운 햇살을 가려준다. 그 아래서 잠시 쪼그려 앉아 있으면 도시의 소음도 멀어진다. 변화는 천천히 왔다. 처음엔 싹도 안 트는 화분들을 보며 산책했다. 물을 너무 많이 줬나, 너무 적게 줬나 주인장들의 고민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파릇한 잎이 고개를 내밀고, 또 어느 순간 꽃이 피고, 또 다른 어느 순간 열매가 맺혔다.
"더 잘해라"가 아니라 "참 잘하고 있어"라고 속삭이는 순간이 왔다. 누구에게? 화분 속 채소들에게가 아니라 바로 나에게였다. 강물은 그냥 흐르고, 산은 그냥 서 있고, 구름은 그냥 떠간다. 월요병이니 뭐니 하는 사람들의 걱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시간을 묵묵히 채워갈 뿐이다.
나무도 그랬다. 1년 전 심어진 그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 지금은 누군가의 쉼터가 되었다. 그 나무 그늘 아래서 사람들을 잠시 더위를 식힌다. 나무는 아무 말 없이 그늘을 내어주고 있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하고 격려할 때, 그 마음이 저절로 다른 사람에게 번져간다는 것을.
주말농장의 호박잎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 아래 그늘에서 나는 오늘도 나를 안아준다. 월요일이든 화요일이든, 일상은 결국 내가 만드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