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력을 가지려면 중간에 판단을 하지 마세요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66

by 서강

사랑하는 연습

"인지상정이야."

스무 살 남자친구가 건넨 말이었다. 데이트 중에도 자주 입에 올렸던 그 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이 당연하다는 뜻이었다. 항상 손에 책을 들고, 카네기 지도론을 읽으면서 문학청년이라는 것을 나한테 어필하고 싶어 했다. 그때는 철학적인 말로만 들렸다. 지금 생각하니 예고편이었나 싶다.


결국 그와 결혼했고, 인지상정을 입에 달고 살던 그는, 우리 곁을 일찍 떠났다.

그 후로 한참이 지났다. 심장이 쿵쿵 뛰던 그런 사랑을 언제 해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가슴이 터질 것 같던 두근거림, 그런 감정들이 모두 먼 옛이야기가 됐다.


괴테는 말한다. 심장이 떨릴 정도의 사랑도 결국 새롭게 만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그렇다면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자연이든 사람이든, 무엇인가를 사랑하려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오래 바라봐야 한다. 나태주 시인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고 했듯이, 대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모든 통찰은 거기서 시작된다.


오늘 아침, 창밖을 내다봤다. 멀리 보이는 산이 있고, 그 사이로 흐르는 강이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과 지저귀는 새소리, 꼬리를 흔드며 기지개를 켜는 우리 집 강아지들, 그리고 모든 것을 감싸는 따스한 햇살까지.

나는 한참 동안 그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 이것이 사랑하는 연습이구나. 바라보고, 들여다보고, 마음을 기울이는 것. 그렇게 천천히 배워가는 것이구나.


KakaoTalk_20250701_080531229.jpg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https://youtube.com/shorts/5OqYk5kC9Og?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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