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뱉은 말이 현실이 되다》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필사 #15

by 서강



《수많은 불빛 중, 우리가 살 집은 없었다》


삶이 가장 가팔랐던 시절이 있었다. 사업은 실패하고, 갈 곳도 없고, 도무지 회생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칠흑같이 캄캄한 어느 날. 남편과 나는 조용히 셋방살이 옥상으로 올랐다. 우리가 처한 형편과 상관없이 도시는 여전히 화려했다. 수많은 아파트 불빛이 밤하늘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그 수많은 불빛 중, 우리가 들어갈 집 하나 없다는 사실이 참 서글펐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한창 예민한 사춘기를 겪고 있어 더 미안했고, 마음이 아팠다.

“저렇게 많은 불빛 중에... 우리가 살 집은 하나도 없네.”

그 말은 절망이라기보단, 결핍이 내 입을 빌려 말한 한숨 같은 것이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내 집만 있다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나는 없었고 그들은 있었으니까.

나는 부족했고, 그들은 풍요로워 보였으니까.


시간이 흘러, 지금 나는 강이 보이는 신축 아파트에 산다. "내 집만 있다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겠다’'고 무심코 내뱉은 말이 땅에 떨어지지 않고 현실이 된 것이다. 햇살이 커튼 사이로 밀려들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운다. 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는 종종 그날 밤의 옥상을 떠올린다.


결핍은 나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밤의 말들이 지금의 나를 가장 뜨겁게 쓰게 만든다. 여유는 가진 것의 총량이 아니라, 내 안의 시선에서 자란다.


내가 나를 인정하기 전엔 타인의 풍요가 늘 위협처럼 느껴졌고, 그들을 미워했던 시간의 끝엔 내 안의 결핍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 누리는 모든 것은 그날 밤의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지금, 갖고 싶은 것을 가진 내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잃었던 나도 나였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오늘도 나는, 기억을 꺼내어 쓴다.


우리는 가끔 너무 늦게 돌아서서 자신이 얼마나 멀리 걸어왔는지를 잊는다. 지금 당신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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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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