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 USB의 비밀

by 서강


세탁소 한쪽 구석, 낡은 모니터 앞에 앉은 윤세하.
바깥은 새벽 두 시를 넘겼지만, 불 꺼진 기계들의 침묵 속에서 그의 심장은 거세게 요동쳤다.


USB를 꽂는 순간, 화면이 깜빡이며 영상이 재생되었다.
처음엔 흔들리는 회의실 풍경. 낯선 인물들이 비밀리에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목소리는 기계음처럼 변조되어 있었지만, 그 속에 섞인 한 목소리는 분명 류원의 것이었다.


— “내가 해야 한다면… 누군가 대신해야 할 거야.”
— “걱정 마. 교체는 이미 진행 중이니까.”


세하는 몸을 굳혔다. 화면 속 류원의 표정은 불안과 체념이 교차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희생될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


영상은 이어졌다.
호텔 로비 CCTV, 지하주차장에서 누군가 쫓기는 장면. 류원이 차 안에 몰려 앉아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 정지화면처럼 멈춰 선 한 장면.


류원이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그 거울 속에는, 류원이 아니라 윤세하의 얼굴이 겹쳐 비쳐 있었다.
화면에는 짧은 자막이 떴다.


“진짜는 누구인가.”


USB가 갑자기 멈췄다. 모니터가 꺼지고, 방 안은 침묵에 잠겼다.
그러나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세탁소 창문 너머로, 낯선 그림자가 스쳤다.
누군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세하는 본능적으로 USB를 빼 주머니에 숨겼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번호 표시 없는 발신.
그가 전화를 받자,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USB를 본 순간, 넌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준비해. 교체는 곧 완성된다.”


뚝— 통화는 끊겼다.
남겨진 건 어둠 속에서 점점 커져가는 두려움뿐이었다.


세하는 느꼈다.
이 USB는 단순한 증거가 아니다.
그의 존재 자체를 무너뜨릴, 혹은 되살릴 열쇠였다.


---> 9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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