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거리는 비에 젖은 듯 번들거렸고, 네온사인은 피로에 지친 얼굴처럼 흐릿하게 깜빡였다.
윤세하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골목을 걸었다. 하루 종일 이어진 회의와 거짓된 미소가 온몸을 짓눌렀다. 하지만 머릿속은 오히려 더 각성되어 있었다.
‘관찰 대상: 윤세하.’
낡은 문서 봉투 속 그 문장은 종일 가슴을 쳤다.
마치 ‘너는 이미 선택되었다’는 심판문 같았다.
그때였다.
뒷골목 어귀에서 검은 밴 한 대가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창문은 어둡게 선팅 되어 안이 보이지 않았다. 차 문이 벌컥 열리더니, 검은 마스크를 쓴 사내 둘이 뛰어나왔다.
“잡아!”
손이 팔을 붙잡았다. 거칠게 땅바닥으로 끌려나가는 순간, 세하는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상대는 숙련된 움직임이었다. 그는 벽에 부딪히며 숨이 막혔다.
순간, 어디선가 날아든 돌멩이가 사내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윽!”
짧은 비명이 튀어나왔다. 이어서 그림자 같은 인물이 나타나 두 번째 사내의 발목을 걸었다. 균형을 잃은 사내가 바닥에 쓰러졌다.
혼돈의 틈에, 세하는 본능적으로 몸을 뺐다.
눈앞에서 검은 밴이 서둘러 시동을 걸더니 도로 끝으로 달아났다. 남겨진 건, 짧은 숨소리와 비명, 그리고 바닥에 흩어진 작은 물건 하나였다.
USB.
흰색 케이스에, 손으로 쓴 듯 삐뚤빼뚤한 글씨.
“열지 마라.”
세하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주웠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 정체 모를 인물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남겨진 건 공포와 의문, 그리고 손바닥 위 차갑게 식은 USB뿐.
그 순간, 세하는 느꼈다.
이건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누군가는 그를 ‘끌어내기 위해’, 또 누군가는 ‘지켜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전쟁 한가운데로.
---> 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