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그룹 내 전산팀 직원이 “부회장님, 보관 자료에서 이상한 파일이 발견됐습니다”라며 서류 가방을 들고 왔다.
세하는 평정심을 가장한 채 USB를 건네받았다.
겉모습은 평범했지만, 스티커 위에 희미하게 긁힌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 서둘러 지워낸 암호처럼.
그는 세탁소로 돌아와 문을 잠그고, 조심스레 USB를 꽂았다.
이번엔 화면이 다르게 열렸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듯 보였지만, 곧 수십 개의 폴더가 나타났다.
폴더 이름은 단순한 숫자. 01, 02, 03…
그중 하나를 열자, CCTV 캡처 이미지가 나왔다.
병원 복도.
그리고 그 한가운데 서 있는 ‘부회장’—즉, 윤세하 자신.
다른 폴더를 열자, 익숙한 장소가 나왔다.
세탁소 내부.
옷을 접는 그의 모습, 전화를 받는 모습, 심지어 거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순간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이건… 누가 찍은 거지?”
숨이 막혔다.
마지막 폴더를 열자, 짧은 영상 하나가 재생되었다.
화면 속에는 류원이 등장했다. 어두운 방 안, 얼굴 반쯤 그림자에 가려진 채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소리는 잡음에 묻혀 있었지만, 분명히 들렸다.
“… 대역은… 이미 정해졌다.
그가 모른다고… 안전한 건 아니야.”
영상은 갑자기 끊겼다.
모니터 화면이 새까맣게 변한 뒤, 붉은 글씨가 떠올랐다.
“네가 진짜라고 믿는 순간, 네가 사라질 것이다.”
세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 안 공기가 얼음처럼 차갑게 내려앉았다.
USB는 단순한 증거가 아니라, 자신을 향한 저주 같은 메시지였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다시 한번 낯설게 보였다.
윤세하라는 이름도, 류원이라는 얼굴도—모두 흔들리고 있었다.
---> 13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