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복도는 여전히 긴장과 불안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윤세하는 며칠째 반복되는 보고와 회의 속에서도 병실을 찾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이곳은 이제 그에게 단순한 치료 공간이 아니었다.
류원의 부재와 존재, 그리고 자신이 점점 ‘대역’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병실 문을 열자, 산소호흡기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창백한 얼굴의 류원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날은 달랐다.
“... 세하.”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하지만 확실히, 윤세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하는 급히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정신이 드셨습니까? 지금은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류원은 고개를 미약하게 저었다.
“... 네가… 대신하고 있구나.”
그의 눈빛은 피곤했지만, 동시에 이상하게 안도하는 기운이 담겨 있었다.
“대신이라니요? 전 그저…”
세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지금 ‘대신’이 아니라면,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류원은 힘겹게 손을 들어 그의 손등 위에 얹었다.
“… 내 삶은… 이미 선택된 길이었어.
넌… 거울 속에 들어와 버린 거야.
그러니… 끝까지 가라.”
그의 눈꺼풀이 다시 무겁게 내려앉았다.
모니터의 심박수가 규칙적으로 울렸지만, 세하의 심장은 그보다 훨씬 거칠게 뛰고 있었다.
‘끝까지 가라.’
그 한마디가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병실 밖으로 나오자, 경호원 두 명이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마치 그가 병실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세하는 본능적으로 뒷덜미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 1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