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고층 회의실.
넓은 창문 너머로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그러나 그 빛은 축제의 불빛이 아니라, 무덤 위에서 춤추는 불꽃처럼 서늘했다.
류광호는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몇몇 핵심 임원들이 조용히 서 있었다.
공식 회의가 아니라, 권력의 뒷거래가 이루어지는 자리였다.
“류원은 이제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대역은 필요하지. 중요한 건 누가 그 자리를 가장 잘 활용하느냐는 거지.”
임원들 사이에서 은근한 눈빛 교환이 오갔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불안하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류광호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을 이었다.
“윤세하. 그는 스스로 선택한 게 아니야. 우리가 고른 거지.
관찰은 오래전부터 진행됐고, 이제는 준비가 끝났어.”
그 순간, 벽면 모니터가 켜지며 한 장의 사진이 나타났다.
세탁소에서 거울 앞에 서 있는 윤세하.
그의 얼굴은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도 이상하게도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봐라. 이미 거울은 그를 삼켜버렸어.”
류광호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는 이제 우리 손안에 있다. 다만, 언제 ‘교체’를 마무리할지—그건 내가 결정한다.”
임원들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약… 그가 반항한다면요?”
류광호는 비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거울을 부수려는 자는, 결국 거울 속에 갇히게 마련이지.”
회의실 안은 한순간 정적에 잠겼다.
도시는 여전히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 불빛은 이제 세하에게는 덫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 15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