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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Jan 03. 2024

살짝 늦은 2023년 회고

잘한 일과 분발해야 할 일들 정리하기

 새해를 중국에서 맞이한다고 정신없이 여행을 준비하다 보니 제대로 된 회고를 하지 못했다. 이젠 좀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 있던 해는 아마도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스스로에게 인색한 나에게 칭찬할 점들도 생겨났다. 물론 모든 게 다 완벽할 수 없다는 것도 알기에 잘한 일 세 가지와 분발해야 할 일 세 가지를 크게 나눠서 정리해 봤다.


잘한 점 첫 번째,  '흘러가는 대로 살려고 노력하기'


 20대 초반, 친한 친구와 살짝 멀어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편지에 그런 말을 적었던 적이 있다.

 

"너는 부정적인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그게 좀 안 좋다고 생각했었어."


 친구의 진심 어린 걱정이 담긴 편지였지만, 그 편지를 기점으로 바뀐 건 '스스로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르는 나'와 '스스로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걸 아는 나'뿐이었다. 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나중에는 모든 게 안정을 되찾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모든 행복들을 뒤로 미룬 채 살았었다. 30대가 넘어가면서 결국 달라진 건 없었고, 결국 ‘남들보다 뒤처져버린 나’만 덩그러니 남았단 공허함에 한동안 방황하기도 했었다. 우연히 접한 책 한 권을 계기로 아등바등하지 말고 그냥 될 일은 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냈더니 몸과 마음이 깨나 건강해졌다.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신 분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들 안고 산다고 하셨다. 그냥 될 일은 될 테니 하루하루 충실하게 잘 살아내자는 지극히 단순한 삶의 태도를 몸으로 익히는데 참 오래도 걸렸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잘한 점 두 번째, '고립의 시간 갖기'


논스에서 커뮤니티매니저로 일하면서 정말 멋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많은 네트워킹을 통해 스스로 고립의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만난 모든 사람들이 메타인지가 잘 되어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꼈나 보다. 일을 그만두고 사람들과의 연락을 잠시 내려놓은 채 두 달여간 도서관에 다니며 책과 하늘과 내 마음만 보며 살았다. 영성 관련 책을 비롯해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인생에 한 번은 꼭 필요했던 시간을 드디어 갖게 되었는데 그 누구도 아닌 '나'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인생에 정답이야 없겠지만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방향성을 정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MBTI를 검사하면 I(내향형)이 나오지만, 사실 어릴 때부터 나는 주목을 받고 싶어 했던 파워 인싸(?)였고, 그 기질이 학생 때는 공부로, 20대엔 방송인으로 나오기도 했었다. 방송을 그만두고 힘들었던 건 이런 나의 인싸의 기질을 풀어낼 통로가 없다는 거였는데, 어떤 일을 업으로 삼아야 충족을 시켜줄 수 있는지 생각의 가지를 계속 쳐내가는 시간이 되었다.


잘한 점 세 번째,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사람을 만난다.'와 '관계를 맺는다'는 엄연히 다른 말이다. 서울에서의 지난 일 년은 제주에서 10년 동안 만날 사람의 수를 채웠을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단지 거기까지일 뿐, 그 이후 더 발전적인 관계로 이어지지 못했었다. 셀프 고립(?)의 시간을 거치면서 결국엔 '사람'을 통해 배워나간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런 마인드의 변화를 통해 조금 더 돈독한 사이로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늘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 있었는데 가볍게 연락해 저녁 한 끼 정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는 건 큰 복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돌이켜보면 아쉬웠던 부분들도 많았던 한 해인데 이 역시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봤다.


분발해야 할 점 첫 번째 '건강 챙기기'


 프리랜서 MC활동과 새로운 회사 취직, 커뮤니티 활동, 강의 등 도파민 나오는 일상들에 중독되어 살았다. 스스로가 20대임을 착각하고 있었는지 모든 일에는 '쉼'이 필요하다는 걸 망각했고, 몸이 많이 망가졌다. 코로나에 2번, 독감 1번, 꼬리뼈 골절로 인한 전치 8주 부상, 장염 등 이렇게 자주 아팠던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모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더 무리했던 것도 있다.) 올해 삼재라서 건강 조심해야 한다는 할머니의 말을 새겨들었어야 했다며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터. 모든 일의 근간은 '체력과 건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분발해야 할 점 두 번째 '꾸준히 하기'


 예전에 사주에서 나의 본성은 '지루함을 못 견뎌낸다.'라는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있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차분하고 침착할 거란 속은 완전히 '지랄 맞는다'라는 아주 격정적인 단어로 표현했던 선생님의 말을 듣고 박장대소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 생활의 원동력은 '도파민'이다. 조금 더 도파민이 흐르는 곳을 모색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살짝 지루해지면 금세 흥미가 떨어져 새로운 사냥거리를 찾아 나선다. 이 건 아주 어릴 때부터 있던 나의 본성인데, 올 한 해 역시도 꾸준하게 하기보다는 도파민 넘치는 것들만 선택하고자 했다. sns든, 콘텐츠 제작이든, 운동이든... 내 책상에 적혀있던 '모든 성공은 퍼포먼스가 아니라 지속성이다'라는 말을 2024년엔 꼭 가슴속에 새기고 살아야겠다.


분발해야 할 점 세 번째 '연락 잘하기'


 가끔 2G 시절(문자와 전화로만 연락하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시답잖은 이야기들로 점철되는 카톡방들을 보면 '일하느라 바빴어요.'라는 핑계를 대며 카톡을 미루고 미루다 결국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 영원히 '안읽씹(안 읽고 씹은 상태)'이 되어버리곤 한다. 미안하면서도 또다시 대화를 이어갈 자신이 없어 흐린 눈 하며 지나가곤 했다. 결국 맺고 끊음을 명확하게 못하는 나의 우유부단함이 만들어낸 문제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예의와 성의'의 문제로 귀결된다. 대화를 끝내고 싶으면 이모티콘 하나만 보내던가, 아니면 명확하게 할 말을 하고 끊어내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누군가와의 만남 이후에 늘 '잘 들어갔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연락을 받을 때마다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 준다는 따뜻함을 느끼곤 한다. 사소하지만 그런 따사로움이 느껴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분발해야 할 점 세 번째로 정했다.


 

 성장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2023년의 매듭을 뒤늦게서야 지었는데, 이 기세를 이어 2024년에도 모든 것들이 순리대로 잘 흘러가고, 그 안에서 잘 유영해나가고 싶다.


새해를 앞두고 상하이 와이탄에서 찍은 야경,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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