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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Jan 14. 2024

나와 잘 지내기

그래도 결국 나랑 가장 오랜 시간 보내는 사람은 결국 나니까.

  어느덧 1인가구의 생활을 한지도 1년이 되어간다. 너무도 당연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1인 가구에게는 결코 당연하지도 않았다는 걸 몸소 느꼈다. 늘 서랍 속에 넉넉하게 있던 각종 비상약들. 방심하는 사이 불어나는 빨랫더미들(혼자 사는데도 빨랫감을 왜 이리도 많은 건지...), 몸져누워있을 때, '괜찮아?'라는 온기 있는 말소리까지. 역시 사람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어버린 참 알량한 존재임을 여실히 깨달았다.


 우당탕탕 일상 속에서도 다행인 건, 이 작은 공간에 제법 '취향'이라는 게 묻어나기 시작했다. 내 동선에 맞게 배치한 가구들, 고심해서 고른 꽃집의 향과 분위기를 듬뿍 담아낸 디퓨저, 그리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나에게 내어주는 소소한 저녁식사까지. 스스로에 대해 제법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모습도 있었네?'라고 신기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생각은 '결국 나는 나와 잘 지내야 하는구나'의 지점까지 다다랐다. 늘 다른 사람의 생각과 선택에 맞추어 살아가다 보니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혼자 산다는 건 스스로 결정을 하고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던 것. 2024년 한 해에 대한 끄적임 속에 여러 가지 다짐들이 즐비하지만, 그중에서도 꽤나 우선순위에 있는 것 중 하나가 '나와 잘 지내기'다.


 무엇보다 건실하게 매일을 잘 헤엄쳐나가기 위한 몇 가지 말랑말랑한 다짐들이라고 할까.


1. 매일매일 새벽 운동하기 


아침 방송을 그만둔 이후부터는 새벽운동을 했으니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새벽 다섯시 기상, 여섯시 헬스장 직행. 다짐이라기엔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는 거지만, 그동안은 '하고 있는 행위'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내가 '어떻게 운동을 하고 있는가'를 되뇌며 효율성을 따져보며 운동을 하고 싶다. 


2. 하루 한 끼, 스스로에게 건강하게 대접하기


 아침 운동을 끝나고선 프로틴, 점심은 회사 사람들과 식당. 그러다보니 나의 취향이 담긴 식사는 오로지 저녁뿐이다. 원래 배달음식도 잘 안 먹는 편이지만, 요새는 그야말로 '간세(게으르다의 제주 방언)'해서 식사다운 식사를 하기보단 음료로 배를 채우곤 했다. 가볍고 양질의 식사로 스스로를 잘 대접해주고 싶다.


3. 중국어 하기


 중국어 '공부'하기가 아니라 중국어 하기가 된 이유는 이번 중국 여행에서 몸소 느낀 바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중국어 통, 번역 수업도 듣고, 드라마도 보면 얼추 내용 이해되곤 했다. 이 정도면 무리 없겠단 오만함으로 시작한 여행에서 여러 번 절망을 느꼈던 것. 30대의 사고와 시선으로 유아의 단어 수준으로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곱씹어봤더니 내가 외국어를 '학문'으로 받아들였던 게 가장 컸다. 이젠 '단어 하루 30개 외우기, 단어 10번 쓰기'와 같이 숙제처럼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익혀가는, '습득'의 개념으로 이해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4. 한 달에 한 번 여행하기 


 낯선 곳에 가면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건, 재작년 상경을 하면서 많이 느꼈다. 사실 나는 생각보다 시야가 좁고 겁이 많아 새로운 곳에 가는 걸 두려워한다. 카페나 식당도 늘 가던 데만 가고, 새로운 길을 잘 찾아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그나마 여행이라는, 일상의 변주를 주어야만 어딘가에 숨어있던 용기가 불끈 솟아오르는데, 그런 경험들을 올 해는 많이 쌓아보고 싶다. 가까운 국내 어디라도 좋으니 낯선 곳에서 용기 한 줌 얻어오는 걸 목표로 삼고 싶다.


5. 일주일에 두 번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갖기


  최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들이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에너지가 많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선한 에너지의 사람들을 만나면 오히려 활력을 얻는다는 걸 느낀 이후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사회는 도서관이고, 그 안의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인사이트가 담긴 책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활자로 읽는 책도 좋지만, 오감을 통한 교류를 통해 피부 곳곳으로 선한 에너지와 배움을 얻어가고 싶다. 


6. 계속해서 콘텐츠 만들기 


  어떤 수익을 창출해 내기 위한 콘텐츠보다는 나의 인사이트들을 담아내는 콘텐츠들을 축적해나가고 싶다. 내가 보고 말하고 느끼는 것들을 켜켜이 쌓아내다 보면 언젠가 나란 사람도 그 높이만큼 성장해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그만큼 나도 모르는 심연의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이 나지막이 들리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싶다.


 

 오늘 석촌호수 역을 지나가는데, 카페 간판에 궁서체로 '시미나창'이라고 적혀있었다. 그 아래 조그맣게 '시작은 미미하지만 나중은 창대하리라'의 준말이라는 첨언이 참 재미있었다. 아주 직관적인 이름과 비주얼이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그 카페 이름처럼 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말랑한 다짐들 몇 개로 써 내린 연초가 지나 또다시 추운 겨울이 이 찾아왔을 때,  '작년만큼 잘 살아냈네.'라고 뿌듯해할 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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