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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Mar 01. 2024

당신의 hero는 누구인가요?

  지금의 내가 지향하는 삶은 결국 나의 영웅의 모습을 닮아있었다.


 2월 한 달은 살짝 멀찍이 서서 나의 한계와 문제점들을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어떻게든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낙관은 때때론 삶을 조금 더 윤기 있게 만들어주지만, 근본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미완의 영역에 남아있다. 여기서 제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고이는 걸 넘어 도태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스스로가 성장중독자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정말 정량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건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 과정에 취해있는 건 아닌지 조금 더 냉철하게 바라봐야겠단 생각이 든 건 업무적으로서의 부족함에 대한 스스로의 실망감, 혼자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버거움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변에 하소연을 늘여놓는 성격도 아니거니와 그것이 또 좋은 방법도 아니다.


 마음이 살짝 지친 요즘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이 무엇일까. 돈일까 명예일까, 성과일까 사람일까?'라는 정말 공상적인 질문들만 늘여놓다가 최근에 정말 즐겨보는 소울정님의 콘텐츠에서 나온 질문이 가슴에 콕 박혔다.


"어릴 적 당신의 영웅은 누구인가요? 훌륭한 위인도 괜찮고, 만화 캐릭터여도 좋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영웅을 묻는다는 건 나의 뿌리를 묻는 것이라고 한다. 가슴속에 히어로가 있다는 건 뿌리가 있다는 것이고 거기서 뻗어나가는 사고와 가치관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다. 어릴 적 만화광이었던 오빠를 따라 열심히 투니버스를 시청한 나는 수많은 만화들을 접했지만 그중 떠오르는 캐릭터는 오직 단 하나뿐이었다.


'세일러문의 주피터'


 초록색 세일러복을 입은 주피터는 세일러문의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키가 컸고, 또 가장 힘이 셌다. 자신보다 두 배가 넘는 몸집의 남성도 단번에 제압하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졌지만, 사실 그녀는 등장인물 중 가장 섬세하고 낭만적인 사람이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그녀가 직접 요리를 만드는 장면. 그리고 오랫동안 학교 선배를 짝사랑하면서도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던 귀여운 사람이었다.


 한동안 까먹고 지냈는데,  20년도 훨씬 지난 지금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들은 세일러문의 주피터와 참 많이도 닮아있었다. 어릴 적부터 또래보다 한 뼘 정도 더 컸던 영향이 있었는지 나는 줄곧 강한 사람이고 싶어 했다. 일부러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남이 도움을 받지 않으려는 습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또 베이킹과 샌드위치를 만들고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소소하게 행복을 누리는 그런 삶. 어릴 적 동경했던 주피터의 모습을 알게 모르게 따라 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심지어 지금 가장 좋아하는 색이 왜 초록색이 되었는지도 알게 됐다.)


 내 뿌리를 알아가는 순간 조금 더 지향하는 삶의 가치가 선명해졌다. 강하면서도 낭만적인 사람. 일과 삶의 분리가 명확한 사람. 10대를 지나 30대에 이르기까지 많이 다듬어지고 비틀어지기도 했겠지만 결국 지향하는 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처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성이 잡힌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히어로는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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