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는 없는 법이니까.
최근 나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고 그 결과를 일주일 넘게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고 있다. 사실 무언가를 이렇게 간절히 바란 적도 정말 오랜만이라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이 참 생경하게 느껴졌었다. 떨림이 조금씩 다가올 때마다 올해 내가 겪은 일들을 반추해 보며 말도 안 되는 서사를 써 내려가본다. 이사 계약 문제로 몇천만 원 날릴 뻔한 아찔한 경험, 처음 겪어 본 회사 내 갈등 문제 등 굳이 경험해보지 않아도 좋을 법한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모든 액땜은 결국엔 다 지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위한 완벽한 서사 구조이지 않을까. 그래, 그간 힘든 일들을 겪었으니 이번엔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아니 있어야만 해.
'되게 보상을 바라는구나.'
내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가 내게 해준 말이었다. 나의 언어에서 보상과 대가를 받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는 거였다. '오늘은 너무 힘든 날이었으니, 맛있는 걸 먹어야겠어.'와 같은 사소한 대가를 비롯해서 어떤 힘듦과 부침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심적으로 안정을 찾게 된다는 것. 같은 맥락에서 올해 힘든 일들을 겪었으니 좋은 일들로 반드시 생겨야만 한다는 사고의 흐름이 이어지는 것 같단 이야기를 들었다. 나와 대화를 해보면 이런 뉘앙스의 생각들이 잘 비친다는 것이다. 사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 크게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리 오래 산 인생은 아니더라도, 완벽한 균형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나쁜 일이 생기면 반드시 좋은 일이 온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는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만큼 오차 없이 완벽하게 동등한 대가를 얻는다는 건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건, 그저 위기와 고비를 잘 견뎌내기 위해 터득한 최선의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예전 무릎팍도사에서 하정우 배우가 인터뷰한 걸 본 적이 있다. 위기와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오히려 인생에 서사가 생긴 것 같아 은근히 즐긴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너무 잔잔해도 재미없는 인생, 결국 자연의 순리에 따라 결국 감내할 수 있는 힘듦과 그것에 상응하는 기쁨이 지속적으로 저울질을 하며 나름의 삶이 흐르는 게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힘든 일이 마주하게 되면 그 대가를 바라는 이기심이 생겨나는데 나는 오히려 나를 잘 견뎌내게 해주는 힘이라 생각한다.
올해 여름은 내가 너무도 무기력했다. 더위에 내가 한없이 취약하단 걸 알게 해 준 여름이었다. 또다시 보상을 바라본다. 올여름 너무 덥고 지쳤은니 가을엔 다시 생기를 되찾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