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낸 계절과 살아갈 나날 사이에서
지금, 6월이라는 한 해의 중간에 서 있다. 반년의 끝자락. 겨울의 끝에서 시작된 숨 가빴던 날들을 지나 이제야 비로소, 잠깐의 숨을 돌릴 수 있는 곳에 도착한 것 같다. 누군가 그랬다. "6월은 겨울과 봄이 지나간 자리에서 한 해를 마저 살아낼 용기를 건네는 달이다."라고. 그 말을 곱씹으며, 나는 문득 지난 반년을 떠올려본다.
1월의 차가운 공기와 2월의 조용한 고비들을 지나 3월의 봄비는 꾸준히 땅을 적시며 새로운 생명을 키워냈다. 4월의 바람에 벚꽃은 포슬포슬 피어났다 지고, 5월의 햇살을 받고자란 장미는 작년보다 더 큰 키로 잎을 다듬어 다시금 피어났다. 6월은 그렇게, 살아낸 모든 날들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언제부터였을까. 길가 보도블록 틈 사이, 매년 자리 바꿔 피어나는 노란 계란꽃도 올해 어김없이 얼굴을 내밀었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자연은 제 할 일을 조용히, 꾸준히 해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 역시, 울고 웃고, 버티고 일어서며 두 계절을 지났다.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히.
누군가는 이직을 했고, 누군가는 이별을 겪었고, 누군가는 오래 품은 계획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동네 새 산책로를 발견했고, 누군가는 혼자서도 잘 지내는 법을 배웠다. 살아낸다는 건, 늘 거창하거나 화려할 필요는 없다는 걸 6월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저,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사람들이 각자의 걸음을 조용히 정리하며, 지금 이 계절이 잠시 숨 고르는 ‘쉼표’ 임을 알아차리는 순간. 쉼표는 멈춤이 아니다. 문장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잠깐의 숨 고르기. 그래서 6월은, 우리의 한 해가 이어지는 방식 중 가장 다정한 리듬이 아닐까.
햇살과 바람, 흙과 비, 그 모든 것과 더불어 피어나는 생명이 있듯, 우리도 함께 살아야 비로소 피어난다. 삶도, 계절도, 감정도 결국은 연결되어 있다. 피었다 지고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사람의 얼굴을 갖춰간다. 6월은 그런 우리를 위해 쉼이라는 선물을 준비해 둔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바람과, ‘고생 많았다’고 속삭이는 햇살을. 그리고 앞으로의 반년을 살아낼 용기를 건넨다. 그러니 우리는, 6월이라는 중간 쉼표에 잠시 머물러도 좋다. 숨을 고르고, 남은 한 해를 다시 써 내려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