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

by 이레재

충동이란 감정에 휘둘려 후회만 남는 일. 참지 못해 무너지는 순간. 이성을 잃는 순간. 그래서 우리는 충동을 두려워하고, 감추고, 부끄러워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에게 있어 충동은, 나를 향한 가장 진실한 호소였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손가락질 할게 뻔한 선택. 그러나 그 누구보다 나다웠던 순간. 누구보다 나를 오래 참아온 내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내린 마지막 선택이었다.


나에게 충동적인 이별은 사실 너무 오래 참고 버틴 사랑의 끝이었다. 상처받고, 외면당하고, 설명해도 바뀌지 않는 그 사람을 보며 무너지는 내 마음을, 나는 얼마나 오래 애써 모른 척했을까. 그러다 어느 날, 내 안에 무언가 ‘철컥’ 하고 스위치가 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여기까지 했으면 됐다.” 모든 것이 명확해지던 순간이었다. 충동적인 퇴사도 그랬다. 사무실을 나오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벼웠지만, 사표를 쓰기 전까지 나는 수백 번 울었다. 내 인격의 존중보단, 존재가 지워지고,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시간들을 내내 견디고 또 참아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마디가, 한 시선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선이 되었을 뿐. 결코 나에게 충동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충동적인 사랑 역시 그랬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그렇게 쉽게 사랑을 했냐고. 하지만 그건 쉽게가 아니라, 지독하게 오래 목말라 있었던 감정이 드디어 흘러나온 것이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독, 내 마음에 바람 한번 불어오지 않던 매마른 시간 속에서 겨우 발견한 온기 하나를 나는 어떻게든 품고 싶었던 거다. 충동적인 여행도, 쇼핑도, 그 모든 ‘무모해 보이는 선택’들도 사실은, 지독하게 참아온 나를 향한 위로였다.


나는 더 이상 충동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망가지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니까. 견디고, 참았던 끝에 마침내 ‘나’를 위해 선택한 충동들. 사랑, 이별, 일, 관계, 일상 속의 모든 폭발들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이 지나간 자리에 조금은 더 단단해진 나의 마음, 나의 삶, 나의 이름에게 훗날 후회하는 마음을 두지 않기 위해. 충동이라는 말 대신 용기라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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